이제는 문화경쟁시대다
이제는 문화경쟁시대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6.05.29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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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연지민 취재3팀장(부장)

국립한국문학관 유치 경쟁이 뜨겁다. 문체부가 지난 25일 공모를 마감한 결과 24개 지자체가 유치전에 뛰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애초 예상보다 높은 수치로 전국의 지자체가 모두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그도 그럴 것이 450억 원대의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이니 지자체들이 뒷짐 지고 있을 수만은 없었을 것이다. 지자체마다 국비확보가 비상이고 보면 선출직 단체장으로선 포기할 수 없는 사업이기도 하다. 여기에 응모조차 안 하면 일하지 않는 모습으로 비칠까 하는 우려에 확률은 떨어져도 일단 응모하고 보자는 심리적 압박감도 작용했으리라 본다.

이 처럼 전국의 지자체가 한국문학관 유치경쟁에 돌입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한켠으로는 국가공모의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누구에게나 기회를 준다는 개방성에선 찬성하지만, 문제는 공모라는 이름으로 지자체 간 과도한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지자체들이 이구동성으로 유치 타당성의 논리를 내세우고 있지만 결국 한 곳만 선정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비슷비슷한 문학 역사와 문인들이 포진해 있으니 지역 간 우열을 가리기도 어렵다. 그러니 선정되는 한 곳을 제외하면 줄줄이 탈락의 패배감을 맛봐야 할 처지다.

또한 공모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자체마다 발생하는 행정 공백과 예산투입은 불가피하다. TF팀을 꾸리고 유치근거를 만들기 위해 용역을 맡기고, 민관거버넌스를 구축하는 등의 일련의 과정이 전국에서 대등소이하게 벌어지고 있다. 더구나 시민들의 관심과 기대가 커지면서 지역 간 유치경쟁은 과열될 수밖에 없다.

국비 지원사업 대부분 공모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과도한 경쟁에 따른 문제점을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열악한 지자체의 인적, 경제적 손실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공모는 어떤 방식으로든 검토돼야 할 것이다.

경쟁이 과열을 부추기면서 지역 간 또 다른 반목을 가져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국내 문인단체 대표들이 한국문학관 건립에 관해 입장을 밝히면서 지자체들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았다. 이들은 후보지 선정에 정치적 배제를 요구하며 접근성이 좋은 도시로 선정해 달라고 요구했다가 서울선정을 요청했다는 오해 아닌 오해로 지탄을 받은 것이다. 뚜껑을 열기도 전에 벌써 불꽃 튀는 반응이 나타나고 있으니 선정 후의 파장도 만만치 않으리란 예상이다.

충북에서도 청주시와 옥천군이 응모, 한국문학관 유치에 나섰다. 청주는 접근성에 무게를, 옥천은 시인 정지용에 무게를 두고 유치전략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선정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충북도 역시 지역 유치에 최대한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유야 어찌됐든 그동안 지자체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지역의 작고 문인에 대한 조명이 조금이나마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간과해선 안 될 것이 있다. 예산지원 패러다임의 변화다. 즉, 국비 지원에 문화예술이 중요한 키워드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문화경쟁시대다. 지역의 문화예술 패러다임도 발빠르게 전환하지 않으면 예산을 확보하기 어렵다. 지역 경제를 확고히 하는 길이 곧 문화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다. 이를위해 문화자원 발굴에 적극나서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충북도가 주지해야 하는 시대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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