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권리헌장 찬반 충돌…충북교육청 '아수라장'
교육권리헌장 찬반 충돌…충북교육청 '아수라장'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6.04.17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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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교육청, 헌장 타운미팅 진행…입장 저지당한 반대측 학부모 거세게 항의
몸싸움 끝에 학부모 다치자 행사 2시간만에 중단…반대측 "사실상 인권조례"

충북교육공동체권리헌장 제정을 반대하는 보수성향의 학부모 단체와 교육청 직원들이 충돌했다.

권리헌장 초안에 있는 '차별받지 않을 권리' 조항이 사실상 동성애까지 허용하는 것이라고 보는 종교인들도 집회에 가세해 충북도교육청이 3시간 가까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교육 3주체(학생·교사·학부모)의 권리와 의무를 담은 '충청북도 교육공동체 권리헌장'을 만들고 있는 진보성향 김병우 충북도교육감은 16일 오후 도교육청 화합관(대강당)에서 '타운미팅'을 열었다.

학생·교사·학부모 대표자 200여 명이 모여 권리헌장에 담을 내용에 관해 의견을 내고, 그 의견을 '헌장 제정 위원회'에 전달하려고 마련한 토의형식의 이벤트였다.

타운미팅은 시작단계부터 시끄러웠다. 김 교육감의 인사말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부모 무시 독재헌장', '악랄한 권리헌장' 등의 문구가 새겨진 손팻말을 든 학부모 20여 명은 "학생을 의식화하고, 동성연애까지 허용하는 불온한 의도를 당장 거두라"고 소리쳤다.

교육청이 참석인원을 제한하고 출입을 통제하자 밖에 있던 학부모·종교단체 관계자들은 거세게 항의하며 행사장 진입을 시도했고 이를 저지하는 교육청 직원,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집회는 사단법인 충북교육사랑학부모협회, 청주미래연합, 차세대바른교육국민연대, 충북학교아버지회연합회 등 8개 단체가 구성한 충북교육시민사회단체협의회가 주도했다. 집회참여 인원은 500여 명이었다.

진입을 시도하던 학부모 2명은 저지선을 지키던 교육청 직원들에게 밀려 계단 아래로 떨어졌고, 119 구급차가 출동하는 소동도 빚어졌다. 사태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자 교육청은 행사시작 2시간 만에 헌장 분임조 토의를 멈추고 행사 자체를 중단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절차에 따라 정당한 방법으로 의견을 내면 되는데, 일부 학부모들이 행사도중 고함을 치고 소란을 일으키는 바람에 정상적인 진행이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대집회에 참여한 학부모들은 "교육청이 참석인원을 권리헌장에 우호적인 교사, 학생, 학부모만 초청하고 반대의견을 가진 사람을 엄격하게 차단했기 때문에 항의한 것"이라며 "제정 절차도, 헌장 내용도 의문 투성이"라고 항의했다.

도교육청은 앞서 지난 14일 전문 11개 항목, 실천규약 3장 32개 조항으로 구성한 '충북도 교육공동체 권리헌장' 초안을 교육청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cbe.go.kr)에 공개했다.

헌장에는 학생은 정규교육과정 외의 교육활동을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2조), 개성 실현 권리(3조), 자유롭게 의사표현할 권리(7조), 사생활의 자유를 누리고 개인물품 소지·관리에 간섭받지 않을 권리(10조) 등을 갖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초안을 토대로 타운미팅을 열어 교육 주체 대표자들의 의견을 청취한 후 다음 달 중순 공포한다는 게 교육청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내용은 둘째 치고 학칙을 만드는 건 학교의 '고유 권한'이라서 일종의 '표준 매뉴얼'을 따로 만들 이유가 뭐냐는 시각이 많다.

정치적 집회 참석 보장 등 학생의 권리를 지나치게 신장하고 교권은 오히려 축소하는 학생인권조례와 도교육청의 권리헌장이 다르지 않다고 보는 보수성향 단체는 조직적으로 저항하고 있다. 이 때문에 권리헌장이 보혁갈등의 새로운 불씨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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