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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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12.0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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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머 니
윤 석 위

자전거를 타고 백화점 골목을 지나다가

내다 놓은 옷가지에 홀려

넘어져 무릎을 깼다

왜 멀쩡한 차는 놔두고 일을 벌였냐

한가하기도 하시지

그 나이에 무슨 자전거냐며 핀잔 먹이는데

피나는 무릎에게 미안하구나

여든 넘은 우리 엄마 같으면

아이구 내 새끼 보게

어여 호~하자 했으련만

시동인집 '징검다리에 부는 바람'(고두미)중에서

<김병기시인의 감상노트>

어떤 황홀의 옷이기에 수십 년 타던 자전거 중심을 잃게 했을까. 아마도 누군가를 깊이 생각하는 중에 자신의 길을 잃은 여행자의 무릎일 게다. 순간, 굽은 관절로 넘어지는 것을 받아들이는 본능이 있었을 것이다. 아픔이 있는 곳에는 늘 붉은 피가 흐른다. 그 피가 현실과 사상을 노래하였을 것이다. 그래서 시인은 피와 대화를 하는 족속이다. 그런데 미안한 마음이 느닷없이 나는 건, 몸에 대한 공경이고 몸속의 내밀한 부분을 관통하던 흐름과의 연애다. 그 안에서 늙은 엄마 생각이 퍼뜩 난다. 유년의 깨진 시간이 곱게 봉합된다. 참 따스했던 엄마의 입김으로 상처가 아물던 넓은 품이다. 엄마의 호오 하는 동그란 입술이 그리운 날은 칼날 바람도 내복처럼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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