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시간 충주산불 봄비가 껐다
31시간 충주산불 봄비가 껐다
  • 윤원진 기자
  • 승인 2016.04.0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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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수안보면 중산저수지 인근 국유림서 발화

낙엽 밑 잔불 탓 진화 난항 … 15㎜ 단비에 상황종료
▲ 충주 수안보 산불 /사진=뉴시스

“비가 이렇게 반가울 수가 있었을까요.”

지난 5일 오후 3시8분쯤 충주시 수안보면 고운리 산 1 중산저수지 인근 야산 국유림의에서 발생한 산불은 6일 오후 8시40분쯤 비가 내리면서 불길이 잡히기 시작해 오후 10시 상황이 종료됐다.

산불이 발생한 지 꼭 31시간 만에 산불진화대는 현장에서 철수했다.

충주시 관계자는 “단비가 내리기 시작했지만 낙엽 아래 불씨가 남아 있어 1시간 20분가량 추이를 지켜 본 후 완전 진화가 되고 현장을 떠났다”고 말했다.

이번 산불은 고운리에서 발화해 중산리와 살미면 공이리의 3개 봉우리로 확산했고 6일 오전 8시50분쯤 큰불이 잡혔으나 절벽·암석지역인 중산리 쪽은 진화대의 접근이 어려워 산림헬기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했다.

잔불 정리 시간이 길어지고 이날 오후 6시쯤에는 일부 지역에서 불길이 되살아났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충주시청 공무원들은 좌불안석이었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헬기는 철수해야 했기에 공무원들의 속은 타들어 갔다.

산불 확산을 막고 진화를 끝내려면 기상청이 예보한 비가 시급했다.

천우신조(天佑神助)란 말이 딱 맞았다.

산불이 난 지 꼭 30여 시간 만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충주시청 한 공무원은 “산불이 많은 인력과 장비를 투입했음에도 좀처럼 꺼지지 않다가 비에 사그라지는 걸 보니 자연은 정말 위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꼬박 하루를 훌쩍 넘겨 산불과 사투를 벌여야 했던 충주시 공무원을 비롯한 중부지방산림청 충주국유림관리소 직원 등 산불진화대원들은 자연이 내려준 단비에 무한한 고마움을 느꼈다.

비는 7일 오전 7시까지 15㎜가량 내렸다.

한 주민이 야산 인근에서 생활쓰레기를 태우다 큰 산불로 이어진 이번 산불은 인명과 시설 피해는 없으나 수안보면 고운리와 중산리, 살미면 공이리에 걸친 산림 14㏊(잠정)를 태웠다.

이번 산불 진화에는 충주시와 중부지방산림청 충주국유림관리소, 소방서, 의용소방대, 산불진화대, 군부대, 주민 등 연인원 974명의 진화인력과 산림헬기 10대, 진화차 8대, 소방차 8대, 등짐펌프와 갈퀴 등 개인 장비 500여 점이 투입됐다.

미담 사례도 이어졌다.

살미면 새마을부녀회는 경로당에 임시 휴식처를 마련해 주고 수안보면 직능단체장과 협의회에서는 산불 진화에 직접 참여하거나 간식 제공으로 진화대원들의 힘을 북돋웠다.

충북지역이 올해 들어 산불이 잦고 벌써 피해면적이 지난 10년간 평균치보다 두 배나 많아지자 이시종 충북도지사는 6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산불 가해자에 대한 엄정한 처벌을 특별지시했다.

이 지사는 “산불 발생 때 피해 최소화를 위해 조기 진화할 수 있도록 상황조치 매뉴얼을 현실에 맞게 재검토하고 산불 가해자에 대해선 위법사항 적발 때 법에 따라 원칙대로 처리하라”고 강조했다.

/충주 윤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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