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228>
궁보무사 <228>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12.06 09: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가 왜 사로 잡힙니까 그리고 고문을 왜 당해요"
5. 방서를 아는가

글 리징 이 상 훈 / 그림 김 동 일

"네에 잔꾀라니요"

방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살랑거리며 자기 키보다 두 뼘 이상 더 커서 어깨를 약간 구부린 상태로 내려다보고 있는 오근장 성주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지금 그의 자그마한 두 눈에는 왠지 모를 장난기가 철철 넘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경비가 삼엄한 소수성 안에 있는 사리성주의 딸 아래 그곳을 뽑아오기도 어려울 뿐더러 설령 네 놈이 성공을 했다 치더라도 어떻게 우리가 그걸 확인해 볼 수 있겠느냐 처녀가 졸지에 그걸 뽑히고 나면 억울해서 동네방네 떠돌아다니며 소문이라도 낸단 말이냐"

오근장 성주가 여전히 노여움에 가득 찬 목소리로 크게 외쳤다.

"그러면, 제가 덤으로 사리성주의 수염까지 뽑아다 바치면 어떻겠습니까 여자의 수염이야 치마폭으로 가릴 수 있다지만 얼굴에 나있는 남자의 수염은 어쩔 수없이 밖으로 드러날 것이 아니겠습니까"

방서가 자신 있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허허! 이거 갈수록 태산이라더니 이제 별난 소리를 다 듣는구먼. 차라리 잠자는 호랑이의 코털을 뽑아오겠다고 하면 그런대로 내가 이해를 하겠지만."

오근장 성주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너무나 기가 찬지 빈 입맛을 쩝쩝거렸다.

"성주님! 보아하니 놈은 지금 머리가 확 돌아버렸거나 아니면 정말로 자신이 있어서 하는 소리일 것입니다. 저렇게 죽을 각오로 나서는 자에게 무슨 일인들 못 맡기겠습니까 자기가 말한 대로 오늘 밤 소수성 안에 들어가서 사리성주의 수염과 그 딸의 아랫도리 수염을 뽑아가지고 오라 하십시오. 놈은 성벽을 타고 넘어가기도 전에 소수성 병사들이 내지르는 예리한 창끝에 배때기가 찔리거나 목에 칼을 맞아 죽고 말 것이옵니다."

외평 무사가 빈정거리듯이 오근장 성주에게 말했다.

"성주님! 비록 예의범절이라곤 맹맹이 콧구녘 만큼도 찾아보기 힘든 자이긴 하오나 제가 직접 상대를 해 본 바로는 대단한 무술 실력을 지녔사옵니다. 기왕에 자기 입으로 떠들어댄 말이오니 일단 이 자에게 기회를 한 번 줘보시는 것이 어떠할는지요"

장수 외북이 정중한 태도를 갖춰 오근장 성주에게 다시 말했다.

"안됩니다. 놈이 정말로 소수성 안으로 들어갈는지도 지극히 의심스러울 뿐더러, 만에 하나 놈이 사로 잡혀 이런 사실이 밝혀지기라도 한다면 성주님께서 앞으로 소수성 사리성주님을 무슨 면목으로 대하시겠습니까"

"그렇습니다. 놈이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놔뒀다가는 큰일이 나는 수가 있을 것이옵니다."

외남 무사와 외하 무사가 거의 동시에 외쳤다.

"아닙니다. 설령 놈이 사로잡히더라도 놈이 지껄이는 이런 말을 대체 어느 누가 믿어주겠습니까 소수성 병사들은 놈이 모진 고문을 당하다가 아픔을 참지 못하여 삐약삐약 헛소리를 하는가보다하고 생각들을 할 뿐이겠지요."

외평무사가 정색을 하며 다시 말했다.

"네에 아니, 제가 왜 사로 잡힙니까 그리고 고문을 당하긴 왜 당해요 잡히기 전에 얼른 튀어서 달아나고, 고문을 당하기 전에 재빨리 빠져나오면 될 것이 아닙니까"

방서가 오히려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으음음."

오근장 성주는 이에 대해 잠시 뭔가 생각해 보려는 듯 고개를 좌우로 조금씩 흔들어댔다.

그러다가 마침내 결심한 듯 오근장 성주는 두 눈을 부릅뜨며 커다란 목소리로 말을 다시 이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