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 역사 '앵글로', 철광석에서 손뗀다
99년 역사 '앵글로', 철광석에서 손뗀다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6.02.22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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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년의 역사를 지닌 글로벌 광산업체 '앵글로아메리칸(앵글로)'이 철강업계에서 철수한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세계 5위 광산업체 앵글로가 철광석에 대한 시장전망이 절망적이라고 판단하고 철광산을 폐쇄하는 등 해당 업계에서 손을 뗄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앵글로의 철광업계 철수는 세계 2, 3위 광산업체 '리오틴토'와 'BHP빌리턴' 등이 풍부한 자본력으로 철광석 생산량을 줄이지 않고 공급과잉 상태를 심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BHP빌리턴은 철광석 생산량을 늘리는 전략을 "레몬을 쥐어짜는 것"으로 비유한 바 있으며, 앵글로는 압박에 견뎌내지 못한 셈이다.

마크 쿠티파니 앵글로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경쟁사들이 시장을 철광석으로 범람시키는 것을 지켜봤다"라며 "한동안 철광업계는 공급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비관했다.

쿠티파니 CEO는 "우리는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는 핵심산업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철광업계에서는 마지막 선을 그었다"고 말했다.

앵글로는 2008년까지만 해도 500억파운드(약 87조9790억원)의 기업가치를 기록했지만, 현재 고작 30억파운드(약 5조2787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또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앵글로의 신용등급을 기존 'Baa3'에서 'Ba3'로 세 단계 하향한다고 발표했다. 심지어 피치도 'BBB-'였던 신용등급을 'BB+'로 등급 강등했다. 이는 정크(투기등급 부실채권) 수준이다.

앵글로는 아프리카 지역 최대 철광석 생산업체인 '쿰바(Kumba)'의 최대주주이지만, 주식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또 140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브라질 '미나스 리오(Minas-Rio)' 광산 프로젝트를 포기할 수도 있다.

앵글로의 철광업체 철수는 연초에 업계전문가들이 올해부터 광산업체들이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최대기업만이 인수·합병(M&A)을 통해 포식자로 살아남아 글로벌 광산업계의 지각변동을 예측한 데 들어맞는다.

글로벌 자산운용업체인 나티시스의 사이먼 그랜펠 글로벌 원자재부문장은 "앞으로 3~6개월 동안 기막히게 좋은 자산들이 투매수준의 싼 가격에 매물로 나올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도이치뱅크(도이체방크)의 롭 클리포드 광업부문 연구원은 "올해부터 광산업계의 M&A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동종업계에서 가장 안정적인 재무상황을 보유한 리오틴토가 이번 밸류에이션 폭락을 시장장악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현재 시장 환경에서 우량자산을 제외하고는 매각하기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에 따라 앵글로의 철광산업 철수 발표에도 불구하고 2019년까지는 철광성 생산량 감소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앞으로 3년간 원자재 시장에 2만6600t에 달하는 철광석이 공급될 전망이다.

실제로 앵글로는 쿰바 광산을 폐쇄할 때까지 최소 18개월이 걸릴 예정이며, 미나스 리오 광산 프로젝트도 앞으로 3년간 최대한 많은 양의 철광석을 캐낸 뒤에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크리스 라페미나 연구원은 "세계 최상급의 자산은 아예 판매하기 힘들 것이며, 철광석과 석탄 업계의 경우 최상급 자산도 심각하게 저평가된 가격에야만 팔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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