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학생의 성공을 위해
모든 학생의 성공을 위해
  • 최지연<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16.02.17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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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
▲ 최지연

조지 부시 대통령 시절 미국에서는 ‘뒤처지는 아이가 없도록 하는 법(No Child Left Behind Act, 이하 NCLB)’이 제정됐다. 이 법안은 학업 능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을 최소화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는데 전국의 5000만여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동일한 내용의 표준 시험을 매년 치르고 이를 근거로 학생과 교사, 학교를 평가했다. 평가 결과 적정한 향상도를 보이지 못하는 학교에는 재정지원을 삭감하는 방식으로 질 관리를 유지한 것이다. 2010년 랜드연구소 보고에 따르면 이 법은 학생들의 학력 향상에 기여했으며, 이민자나 소수민족, 빈민 등 취약지역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높이는데 학교와 선생님들의 책무성을 보장하는 국가적 기반을 마련하는 토대가 되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평가와는 상반되게 읽기와 수학과목으로 구성된 학력 평가 시험에서 낙제 자는 줄어들지 않았고, 심지어 학업에 대한 부담으로 등교를 거부하고 종국에는 학업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등 계속하여 부작용이 증가했다. 저소득층과 이민자 자녀와 같은 낙제 자를 구제하겠다던 법의 원래 취지와는 달리 교육적 불평등 역시 더욱 심화했다.

성적과 성적의 향상이 평가 잣대인 탓에 교사들은 창의성, 비판적 사고력, 협력 등 교육에서 중요시해야 할 것들 대신 시험 준비에 더 집중했다. 영재는 영재대로, 우수 학생은 우수 학생대로, 부족한 학생은 부족한 학생대로 교육받을 권리가 있었지만, 미국교육은 낙오자인 부족한 학생에게 치중할 수밖에 없었고, 이런 결과는 결국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2011년 미국 연방교육부 던컨 장관은 국회 교육·노동위원회 보고에서 약 82%의 공립학교 학생들이 낙오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보고하면서 NCLB법은 학교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문제학교의 낙인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반면 교육정책의 중심이 되어야 할 교사와 학교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법이 가진 오류로 말미암아 수많은 학교가 낙오됐고, 정작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효과적으로 교육지원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법 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결국, 올 1월 오바마 정부는 새로운 교육법을 꺼내 들었다. ‘모든 학생 성공 법(Every Student Succeeds Act, 이하 ESSA)’이 낙오 방지를 통한 교육적 평준화에 집중한 기존 법을 대체할 새로운 카드로 등장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 첫해 연설인, “모든 아이들이 태어나는 그 날부터 직장을 구할 때까지 완전하고 경쟁적인 교육에 접근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그의 말은 현실이 됐다. 금융위기에서 벗어나는 것이 경제 분야를 포함한 국정 최우선 과제였음에도 1000억달러를 유치원에서 고등학교 교육 전반인 K-12 교육에 썼고 학비 지원 프로그램인 펠 그랜트의 펀딩 규모를 늘렸으며, 교육에 대한 투자를 집중했다. 조금씩 나타나는 지표들은 긍정적이다. 고등학교 졸업률이 10% 가까이 늘었고, 공립학교의 수준도 높아졌다. 고무적이고 부러운 것은 미국의 이러한 교육개혁과 진보는 진행 중이며, 앞으로 더 큰 성과가 기대된다는 데 있다.

어제로 2016학년도 대학입시 정시 추가합격 발표가 끝났다. 또 많은 학생은 실패의 쓴맛을 안고 재수학원으로 갈 것이다. 전공이나 적성과는 관계없이 성적에 맞춰 진학한 학생들 일부는 진로 문제로 방황할 것이다. 우리 교육의 시작을 어디서 어떻게 잡아야 할까? 과거 없는 현재가 없고, 현재 없이 미래는 없다. 지금까지 우리가 해온 바를 반성하고 거기서 시작하는 것이 먼저다. 우리가 잘해온 것은 유지하되, 보완할 점을 찾는 것이 우선 과제일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이 이룩하는 교육 진보의 출발을 허점투성이, 실패 투성이였던 ‘NCLB법’이라고 강조한 신년 연설은 우리가 곱씹어 보아야 할 교육 개혁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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