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면역학 이론
행복의 면역학 이론
  • 최종석<괴산 목도고 교사>
  • 승인 2016.02.03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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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 최종석

스마트폰에 벨이 울려서 무심코 받았다. 전에 가르쳤던 학생이다. 군대에 간다고 한다. 북한의 여러 가지 위협으로 몸조심하라고 하였다. 그런데 시종일관 즐거운 웃음과 함께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다고 한다. 두렵지 않다고, 남자니깐 당연히 군대에 가야 한다고 계속해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있으면서 나도 모르게 행복했다. 기운이 솟는 것 같았다. 왜 즐겁고 행복한 이야기를 들으면 기운이 솟을까?

행복한 이야기를 들으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은 우리 몸의 여러 면에서 좋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면역기능은 특히 중요하다. 우리의 상태는 항상 유동적인 상태이다. 좋아졌다가 나빠졌다가 뇌가 통제하는데 우리 몸에 있는 전체를 하나하나 전부 통제하기는 어렵다. 때로는 무시하고 때로는 치밀하게 접근하여 해결하기도 한다. 크게 보면 외부지향적인 것과 내부지향적인 것으로 나타난다.

재미있는 실험이 있다. 미국의 법대생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낙관주의와 건강, 면역기능, 생존 사이에 양의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특히 한 학생의 1년을 살펴보면 낙관주의가 강할 때 면역기능도 향상되었다. 하지만 학생들끼리 비교했을 때는 별 효과가 없었다.

즉 낙관주의적인 학생들이 더 강한 면역계를 지니는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 반면 더 자주 웃고 행복한 젊은 사람들이 더 오래 살고 면역계의 최고 수준의 효율을 나타낸다.

행복하다는 것, 즐겁게 산다는 것은 생물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환경이 어려워져도 긍정적이고 극복하려는 용기로 살아가야 한다. “잘 될 거야.” 하는 낙관주의적 사고도 중요하지만 이를 해결하려는 도전과정이 면역기능을 향상시킨다는 의미일 것이다. 가끔은 자기기만(Self-deception)이 심할수록 면역기능이 나아질 때도 있다는 것이다.

이 분야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이다. 어느 수준의 정보조절이 어떤 면역효과와 관련이 있을까? 정보조절과 면역효과 간의 중요한 상쇄효과를 일으키는 뇌의 면역계에 공통된 화학물질은 무엇일까? 등 수많은 의문점을 가지고 있다. (로버트 트리버스, 2011, ‘우리는 왜 자신을 속이도록 진화했을까?’).

방학이 끝나고 다시 학생들이 학교에 돌아온다. 즐겁고 행복한 얼굴을 하고 오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학생도 있다. 그러나 대다수 학생이 즐겁게 학교를 오고 싶어 한다. 즐겁고 재미있게 학생들과 노는 모습이 생물의 내면에 자기기만의 속성이 잠재되어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어렵다고 한다. 경제도, 날씨도, 공부도…. 자기기만을 통하여 이겨내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이 인간이 진화하는 과정이 아닐까? 진화는 방향이다.

곧 입대한다고 자랑을 늘어놓았던 학생이 휴가 를 나오면 막걸리라도 한잔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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