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응답하는 이유 응답하라 2045
우리가 응답하는 이유 응답하라 2045
  • 최지연<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15.12.23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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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연 교수의 교육현장
▲ 최지연

요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인기가 대단하다. 주인공 덕선이보다 한 살 아래인 내게도 열심히 응답 중인 1988년, 생각만 해도 참 그립다. 아랫단을 모아 접어 디스코 바지 스타일로 멋을 내던 청바지, 티셔츠나 남방, 스웨터를 바지 허리 속으로 넣어 벨트를 매주는 센스, 요즘으로 보면 촌스럽기 그지없는 옷차림이지만, 보면 볼수록 새록새록 옛 생각에 잠기게 한다. 음악은 또 어떤가? 변진섭의 감미로운 발라드, 김완선의 댄스를 다시 찾아 듣게 만드는 힘, 요즘 음악 차트는 그야말로 복고 그 자체다.

복고의 트렌드를 이어받아 1988년 교육은 어땠을까?

480만, 우리나라 교육통계서비스에 의하면 1988년 초등학생 수는 481만 9857명이었다. 6학년 전체가 그 정도이니, 한 학년은 약 80만, 교실은 언제나 차고 넘쳤다. 올해는 어떨까? 2015년 올해 초등학생 수는 271만 4610명으로 교육통계를 내기 시작한 1965년 이래로 가장 적은 수다. 한 학년으로 보면 45만 명, 27년 남짓한 기간에 1년에 1만 3천 명씩 줄어, 35만 명이나 줄어든 셈이 되었다.

대학입시는 어땠을까? 교육부에 따르면 그동안 대학입시 제도가 16번이나 바뀌었는데, 지금의 대학입시는 1994년 도입된 수능을 중심으로 생기부, 논술, 면접 등이 병행하는 방식으로 2009년 이후 지속되는 방법의 하나다.

우리에게 응답 중인 1988년은 대입의 큰 변화가 있었던 해였다. 대학의 본고사를 없애고 1981년부터 도입된 ‘선시험 후지원’ 방식의 학력고사는 원서 마감 직전까지 눈치작전이 대단했는데, 이 눈치작전에 따라 합격이 좌우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졌다. 이러한 폐단을 막기 위해 1988년 ‘선지원 후시험’ 방식으로 전격 전환됐고, 원하는 대학에 지원하고, 지원한 대학에 가서 직접 학력고사를 치른 후 결과를 기다리는 방식으로 입시가 바뀌었다.

1988년 당시 대학 진학률은 36.4%였다. 고등학교 졸업자 3명 중 1명만이 대학에 진학했다. 진학이 얼마나 어려웠던가? 고3 때 담임선생님께서 늘 하시던 말씀이 기억이 난다. 80만 명이 학력고사를 보는데 그중 1/4인 20만 명만이 4년제 대학을 간다며 열심히 공부해야 대학에 합격할 수 있다고 아침마다 강조하시던 말씀, 정말 그때는 지금처럼 모두가 대학에 가던 시절이 아니었다.

지금은 정원도 대폭 늘어 누구나 원하면 대학에 간다는 시절이지만, 아들의 수능을 두 번이나 겪어보니, 마음도 몸도 춥고 떨리는 시험장의 분위기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한 듯하다.

최신, 첨단인 2015년도 이제 일주일 남짓 남았다. 30년쯤 지나 2045년쯤 되면 이 시절도 응답해야 하는 시절로 변화할 것이다. 30년 후 사람들에게 2015년은 좀 훈훈한 기억으로 응답될까? 입에 담기에도 불편한 ‘수저론’, ‘3포 세대’와 같은 삭막한 말들이 난무하는 이 시절도 30년쯤 지나 세월을 머금으면 아름답고 어여쁜 추억으로 변모할까?

중국 최고 부자 알리바바 그룹의 마윈 회장이 가장 행복했던 때로 꼽는 시절은 우리 돈 1만 6000원 월급을 받고 교사로 일할 때라고 한다. 그때는 몇 달 만 더 버티고 돈을 모으면 자전거 한 대를 살 수 있겠다고 꿈꾸던 시절이지만, 지금은 그런 욕망이 아예 없다고 그는 옛날을 추억했다. 우리에게 응답된 1988, 마윈에게 응답된 교사 시절, 그때가 그리운 것은 아마 우리의 불타던 젊음이, 우리의 푸르던 청춘이 거기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청춘, 그 청춘이 가진 무한한 힘과 에너지를 정작 청춘일 때는 깨닫지 못했던 아쉬움이 우리를 자꾸 1988년으로 응답하게 한다. 지금의 아픈 청춘들에게도 그럴 것이다. 2045년의 응답을 꿈꾸며 힘내라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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