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의 발자취를 찾아서 <46>
기독교의 발자취를 찾아서 <46>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11.22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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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재성지

3대에 걸친 독실한 믿음의 대물림

신 준 수 <객원기자>

▲ 성 남종삼 요한 유택지. 묘재성지는 한국 천주교회사에서 가장 잔혹한 박해의 역사 한 가운데에 있었던 남종삼 성인 생가터를 보존해놓은 곳이다. 제천 배론성지를 나와 강원도 원주 방향으로 2~3쯤 가다보면 봉양면 학산 마을이 나온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면 왼편 첫 집이 천주교 강당이고, 인접한 둘째 집 작은 지붕에 십자가들이 보이는데 이곳이 병인년 서소문 밖에서 순교한 남종삼(南鐘三·1817-1866년)이 살던 묘재다. 제천지역에 신앙 뿌린 내린 곳 ▲ 남종삼 묘재 성지임을 알리는 남종삼 동상.

이곳 묘재성지는 남종삼의 생가터라는 의미보다는 3대에 걸쳐 순교자를 배출한 성소터로 제천지역에 신앙의 뿌리를 내린 곳이다. 10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남종삼과 그 부친 남상교(南尙敎·1784-1866년) 부자의 뜨거운 신앙과 애끓는 육친의 정이 흐르고 있다.

남종삼은 남항교의 아들로 양자로 들어간 종숙부 남상교가 천주교에 입교하자 요한이라는 교명으로 영세를 받았다. 그는 1838년에 과거 급제, 승진을 거듭해 승지가 되면서 정3품까지 올랐다.

남상교 아오스딩은 충주 목사까지 지냈으나 신앙에 전념하기 위해 벼슬을 그만두고 배론 산 넘어 묘재라는 곳으로 이사 했다.

현감을 지낸 남종삼 역시 청렴결백하고 선정을 베풀어 주민들의 칭송을 받았다. 그러나 동료 관리들에게는 시기와 질시의 대상이었다. 향교 제사 문제로 신앙과 관직의 기로에섰던 그는 신앙을 택하고, 관직에서 물러났다. 남종삼은 결국 양반으로 누릴 수 있는 권세와 특권을 스스로 끊어 버렸다.

이무렵 철종이 죽고 대원군이 정권을 잡자 남종삼은 좌승지로 발탁돼 다시 임금 앞에서 경서를 논했다. 당시 러시아는 1860년쯤 연해주에 블라디보스톡 항구를 구축하고 조선을 넘보던 상황이었다.

1864년 2월 5명의 러시아인이 경흥으로 와 통상을 요구했다. 이때 대원군은 국내에 와 있던 프랑스 천주교 주교에게 러시아인들을 물러나게 해주면 선교 자유를 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1865년 9월 러시아인 수십명이 두만강을 건너와 중국인을 시켜 필담을 통해 국서(國書)를 가지고 함경도 감사 방문을 요구했다. 대원군은 크게 놀랐고, 장안은 술렁거리기 시작 했다.

이때 남종삼은 '이이제이 방아책(以夷制夷防我策)'(국내의 프랑스 주교를 통해 한불 수교를 맺고 서양의 세력을 이용해 러시아를 물리칠 것)을 건의했다.

대원군은 그의 건의를 쾌히 받아들였다. 그러나 베르뇌 주교와 다블뤼 부주교가 모두 황해도와 충청도에서 선교 여행 중이어서 약속한 시간에 찾아내지 못했고, 대원군의 초조는 분노로 바뀌었다.

얼마 후 두 주교가 서울에 들어왔을 때는 이미 늦어 대원군은 정권 유지의 간계로 천주교 탄압을 결심했다.
   
▲ 마을 입구 묘재 성지임을 알리는 표석.

남종삼은 일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고, 묘재로 내려가 부친에게 이런 사실을 알렸다.

남상교는 종삼에게 "너는 천주교를 위해 충(忠)을 다하였으나 그로 말미암아 너의 신명(身命)을 잃게 되었으니 앞으로 악형을 당하더라도 성교(聖敎)를 욕되게 하는 언동을 삼가라"고 가르쳤다.

배론 신학당 찾아 성사 받아

부친의 준엄한 가르침을 받은 남 종삼은 치명을 각오하고 배론 신학당을 찾아 푸르티에 신부, 프티니콜라 신부로부터 성사를 받고 한양으로 향했다. 이미 한양으로부터 체포령이 떨어져 있던 그는 결국 한양에 도착하기도 전에 고양군 축베더리 마을이라는 곳에서 붙잡혔다.

그는 의금부로 끌려가 홍봉주, 이선이, 최형, 정의배, 전장운, 그리고 베르뇌, 다블뤼 주교와 함께 1866년 3월 7일 50세의 나이에 서소문 밖 네거리에서 참수형을 받아 순교 성인이란 지위를 얻었다.

부친 남상교도 붙잡혀 공주로, 장자 규희는 전주로 유배된 후 순교하고, 남종삼의 처 이소사, 차남 명희와 두 딸은 경상도 창녕으로 유배돼 노비생활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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