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은행잎을 가진 행복한 은행나무
노란 은행잎을 가진 행복한 은행나무
  • 최종석 <괴산 목도고 교사>
  • 승인 2015.10.28 1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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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가을이다. 많은 것을 정리하고 결실을 맺어야 한다. 학교에는 은행나무 몇 그루가 있는데 열매를 맺는 암그루도 있다. 올해도 변함없이 은행이 떨어지고 있다. 차로 지나갈 때 은행이 깨지는 소리가 난다. 냄새 때문에 학생들은 싫어한다. 나이 드신 할머니가 허리를 숙이고 은행을 줍는다. 많은 학생들이 싫어하는 은행을 줍는 학생도 있다. 왜일까?

은행은 아주 오래전에 살았던 식물이다. 고생대 말에 화석으로 존재하니깐 그 세월이 무지막지하다. 은행나무는 침엽수이다. 잎이 갈라지기 때문이고, 옛날 화석에 잎이 갈라져 있기 때문이다. 진화과정에서 지금과 같은 잎이 된 것이다. 화석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알려준다. 기록이 되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살아온 은행은 열매가 익어서 떨어질 때 ‘왜 냄새가 나게 만들어졌을까?’ 다 익지 않은 것은 냄새도 잘 나지 않는다. 냄새가 나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이다. 열매가 자손을 번식하기 위한 행동이다. 은행에 냄새가 나지 않으면 지금까지 존재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목도고 아띠동아리는 토요일 경로당과 공중화장실 및 로뎀의 집을 방문하여 청소를 한다. 그런데 고약한 냄새에도 불구 아무렇지도 않게 은행을 줍는 학생들이 있다. 참 신기하다. 다들 싫어하는데 좋아하는 학생도 있고..., 은행을 헌공문서 봉투에 넣고 5분간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맛있는 은행이 된다. 싫어하는 학생도 먹을 때는 좋아한다. 맛있다고 한다.

은행은 노인이 땅에서 줍듯이 우리 몸에 매우 좋은 열매이다. 혈관계질환 예방, 혈액노화 방지(은행에는 장코플라톤이라는 성분이 있어 혈액순환을 좋게 하고 혈전을 없애 혈액의 노화를 막는다.), 배뇨를 원활하게 해준다. 청산배당체(靑酸配糖體)를 함유하고 있으므로 은행을 많이 먹으면 중독을 일으키는 수가 있다.

은행잎이 언제 노랗게 변하였는가를 학생들에게 물어보았다. 모른단다. 어느 순간에 노란색이 되었고 지금은 떨어지고 있단다. 순식간에 노란색이 된다는 것은 은행잎에 있는 엽록체가 빨리 파괴되었기 때문인데 학교 밖에 있는 은행나무는 아직도 녹색을 띠고 있다. 은행도 안 떨어지고. 모두가 같지 않다.

옛날에는 가로수에서 떨어지는 은행을 주워갔다. 그런데 요즘은 주워가지 않는다. 은행을 줍고 있는 것을 보고 다른 학생이 신기한 듯이 물어본다. 냄새 안나요. 냄새가 난다. 몇 억년을 살아온 냄새가 난다. 냄새 안 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가. 그 많은 세월동안 갖가지 곤충, 벌레, 세균, 바이러스 등 다양한 생물로부터 공격을 받았을 것이고 지금 살아남았다는 것은 어쩌면 냄새 때문이 아닐까.

우리 학교는 노란 은행잎을 쓸지 않기로 하였다. 나중에 더러워져서 더 이상 보지 못하면 청소하기로 하였다. 은행잎이 떨어진 길을 걸으면서 무엇을 생각할까? 은행잎을 주워서 책갈피에 넣는 학생이 있을까? 은행잎을 편지에 붙여서 편지를 쓰는 학생이 있을까? 스마트폰에 은행잎을 찍어서 보여주며, 그 밑에 몇 줄도 썼다. ‘노란 은행잎이 떨어졌어. 엄마! 이쁜 은행잎이야 이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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