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하는 행정 - 거버넌스
함께 하는 행정 - 거버넌스
  • 어 진<상당구 남일면사무소 주무관>
  • 승인 2015.10.19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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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 어 진

일반적으로 행정이라는 말을 들으면 크게는 중앙부처에서 시작하여 도, 시, 군, 구, 작게는 읍·면·동에 이르기까지 관(官)의 일방적인 국민과 주민에 대한 작용이라는 생각을 하기 쉽다.

더욱이 반만년 유구한 역사를 가졌으나 민주주의의 역사가 짧고 의식 또한 아직은 성숙하지 못한 우리나라이기에 더욱 이런 생각이 들기 쉬울 것이다.

지금까지의 행정은 교통, 통신시설, 의식 등 여러 조건의 미비로 말미암아 일방적으로 행해질 수밖에 없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영어에서 일방적인 통치의 의미를 가진 ‘거버먼트(Government)’라는 단어가 ‘정부(政府)’라는 일반명사로 굳어진 것을 보면 이런 현상은 비단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이제는 일방적인 통치의 개념이 더 이상 효과가 없는 시대가 되었다. 최근 떠오른 개념이 협치(協治) 즉 거버넌스(Go

vernance)이다.

거버넌스는 치자(治者)와 피치자(被治者)의 양극적인 대립관계를 해소하고, 상호작용하며 행정을 함께 펼쳐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몇 년 전부터 사회 전반적으로 이슈가 된 ‘소통’이라는 단어의 중요성도 이러한 경향과 관련이 있다.

거버넌스 체제하에서 관(官)은 중심을 잡는 역할을 맡는다. 과거엔 정보의 편재성과 비대칭성 때문에 정부만이 각종 정보를 보유했고 이는 곧 실제로 권력화되어 일방적인 행정만이 가능했다.

다시 말해 정부의 주도로 행정을 펼치며 주민은 수동적인 자세로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그런 형식이었다.

그러나 각종 기술의 발달과 제도적 장치의 시행 및 시민 의식의 성장으로 오히려 정부보다 주민들이 더 전문적이고 더 능률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제 정부는 전문적인 주민들의 능력을 올바른 방향으로 잘 펼칠 수 있도록 중심을 잡고, 법의 테두리를 넘지 않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미 거버넌스는 준비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로 눈앞에 다가와 있다.

필자가 겪었던 경험을 간략히 소개해보고자 한다.

필자가 현재 근무하는 남일면은 옛 청주시와 청원군이 만나는 지점이자, 교통이 발달한 곳으로서 불법쓰레기투기로 몸살을 앓아왔다.

그동안 여러 곳에서 민원이 발생할 때마다 구청과 면에서만 책임을 맡아 처리했다. 이렇게 하다 보니 쓰레기를 아무리 치워도 그 다음 날엔 또다시 불법투기가 성행했고 민원이 이어졌다.

기본적으로는 시민의식의 부재가 원인이겠지만, 다른 원인도 발견할 수 있었다. 마을 주민들이 쓰레기를 배출하는 곳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불법적으로 투기한 사례가 많았다.

필자는 마을 이장들께 쓰레기 배출 지역을 불법투기가 어려운 지역으로 바꾸고 마을 주민들이 스스로 불법투기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상의를 드렸고, 이에 이장과 주민들께서 마을회의를 통해 기존 불법 쓰레기 투기지역을 스스로 청소하고, 새로 배출 장소를 지정했다.

그 결과 불법투기와 그에 관한 민원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필자가 일방적으로 주민들에게 청소를 하게 했다든지, 혹은 불법 쓰레기 처리를 관에서만 맡았다면 결코 이루어낼 수 없는 성과였다.

작은 일이라면 작은 일이겠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서로 함께하는 거버넌스의 중요성을 느끼는 계기였다.

공무원도 결국은 공무원이기 이전에 국민이요, 주민이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로 주민들과 동반자적인 관계를 맺어나간다면, 통합 청주시 이후의 여러 갈등과 문제들이 해소될 것임은 시간문제에 불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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