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백성이로구나
착한 백성이로구나
  • 윤승범 <시인>
  • 승인 2015.09.29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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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가난한 우리나라가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국민의 자발적인 성금이 있습니다. 일제 식민지 시대 ‘국채 보상 운동’으로부터 해서 국민들의 따뜻한 정을 모아서 어려움을 타개했습니다. 그런 전통 때문에 IMF를 가장 빨리 벗어난 나라라는 명예도 얻게 되었지요. 그러나 당시 일반 서민들은 끼고 있던 반지나 애기 돌반지까지 벗겨 모금 운동에 동참했던 반면 기득권층들은 그때를 기회삼아 돈을 벌었다는 소문까지 떠돌고는 했었습니다. 1980년 후반에는 북한이 댐을 방류해서 공격하면 서울의 63빌딩까지 물에 찬다는 낭설을 퍼뜨리며 ‘평화의 댐 성금’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이 또한 거짓으로 드러났고 얼마가 모였는지 어디에 썼는지는 귀신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툭하면 터지는 홍수에 나라의 세금으로 지원하기 전부터 방송국 ARS 번호가 뜨고 한 통화당 2000원이라는 성금 방법이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이 또한 모금하는 방송국에서 일정 부분을 수수료 명목으로 떼어 갖고 나머지만 전달한다는 믿기 힘든 설도 떠돌고 있습니다.

나라에 큰 사고가 터지면 각 방송사에서 ‘한국인의 정’을 나눠야 한다, 십시일반 큰 뜻을 모아야 한다며 성금을 모았지만 어떻게, 누구에게 전달되었는지는 알 길이 없고 알려주는 사람도 없습니다.

해마다 겨울이 임박하면 나라를 지키는 ‘국군 아저씨’들을 위해서 성금을 모금합니다 - 저도 군대에 있을 때 사탕과 과자가 섞인 선물세트를 받아본 기억이 있네요. 학생들은 따뜻한 위문편지까지 써서 보내주고는 했습니다. 한달 담뱃값도 안 되는 월급을 받으며 나라를 지키는 국군 아저씨들에게 보내는 성금이 그 사용의 흔적이 모호합니다.

국회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정무위원회) 의원은 보훈처에 대통령실의 성금사용처를 공개하라고 요구했으나 보훈처는 “대통령 경호실 연말 방문한 위문부대는 비밀”이라며 자료제출을 거부했다. 보훈처는 대통령 경호와 관련된 부대이기 때문에 공개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연말에 전달한 위문금액 16억5500만원 중 대통령 경호실이 전달한 금액(2억6000만원)은 15%를 차지한다. -2105년 9월 18일 머니투데이 -

비록 모금은 공개적으로 했으나 그 사용에 대한 것은 국가 기밀이 됐으며 특정 집단이 어떻게 사용해도 그 쓰임과 나눔에 대해서는 알지 말라고, 알려고도 하지 말라고, 알아서도 안 되고 알려주어서도 안 된다는 황당함입니다. 모금에 동참하지 않으면 야박하고 이기적인 국민이고 동참하면 선한 국민이며 그 결과를 묻지 않고 따지지 않으면 더욱 더 선한 국민이랍니다.

이런 결과가 나와도 이 땅의 백성들은 때가 되면 또 성금을 낼 것이고 사고가 나면 봉사활동을 갈 것이며 또 수재의연금을 갹출할 것입니다. 참으로 갸륵하고 어린 백성입니다. (어리다의 옛 뜻: 어리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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