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교육과정을 기다리며
새 교육과정을 기다리며
  • 최지연 <한국교원대학교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15.09.1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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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연 교수의 교육현장
▲ 최지연 <한국교원대학교 초등교육과 교수>

밤낮의 길이가 같아진다는 추분이 가까워온다. 일교차는 커졌지만 반짝이는 밝은 햇살과 맑은 공기 덕분에 참 청량하다. 

몸은 새 계절에 벌써 적응을 하였는지 아침저녁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얼마나 기분 좋은지 모른다. 

그런데 마음은 좀 다르다. 

새 학기가 시작된 지 벌써 3주째, 하지만 여전히 분주하고 갈팡질팡하다. 어떤 사람은 발달된 문명과 기술에 마음과 인식이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을 문화 지체라 하였다는데 아마도 지금 나는 무언가 지체된 상태임이 분명하다.

이번 주초에는 교육과정심의회가 있었다. 

총론 개발부터 따지자면 2년의 긴 기간을 달려온 교육과정 개발 대장정의 마지막 관문이 바로 이 심의과정이다. 심의를 마치면 이제 곧 고시만을 남긴 셈이다. 

2015개정 교육과정은 문 이과통합교육과정을 표방하면서 미래의 주역이 될 학생들이 함양해야 할 핵심역량을 강조하는 역량중심 교육과정의 성격을 띤다. 

또한, 교과별로 주요 핵심개념을 도출하고 그 범주 안에서 학생들이 학습할 내용이라고도 할 수 있는 성취기준을 제시한 것도 이번 교육과정의 두드려진 특징 중 하나이다.

핵심개념에 따라 제시된 주요성취기준은 교육과정 실행 면에서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우선 이전 교육과정의 내용체계 표에서 쉽게 알 수 있었던 대단원, 중단원, 내용요소가 이번 교육과정 체계 표에서는 쉽게 파악할 수가 없다. 핵심개념별로 성취기준이 범주화되어 있으니 교사 등 교육과정의 실행자나 교과서 개발자는 나름의 전문성을 토대로 성취기준들을 묶어 단원을 제안하거나 학생들이 한 학기 또는 1년간 배울 내용의 계열과 위계를 만들어야 한다. 

교육과정 실행이 교육 맥락에 따라 다양화된다는 측면에서 보자면 매우 반가운 일이나 교사에게 과중한 업무를 주는 현실을 생각하면 벌써 걱정이 앞선다. 

이런 고민은 우리만의 것은 아닌가 보다. 

핀란드 오울루대학교(University of Oulu) 교육학과의 사리 라이사넨 박사 논문에 따르면 핀란드 역시 2016년 가을 학기부터 적용되는 새로운 교육과정을 제대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교사들이 그 변화를 수업에 반영하기 위한 지원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현재 핀란드의 교육 전문가들은 교실 현장에서 새 교육과정을 실행하는 데 어떠한 과정이 필요한지와 교사들에게 어떠한 전문적인 연수 과정이 필요한지에 관한 정보를 모으고 있는데 라이사넨은 동료교사와의 협력, 연수, 여유, 그리고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 있는 용기가 지금 교사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2017년 초등학교 1, 2학년부터 현장 적용을 앞둔 2015교육과정도 갈 길이 바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학급의 수준과 요구에 맞게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을 학급수준 교육과정으로 재편하고 재구성하는 능력을 우리 선생님들이 더 잘 실현해낼 수 있도록 점검해야 한다. 또한, 역량중심 교육과정을 학생들이 잘 경험할 수 있도록 토론, 협력 등의 수업을 선생님들께서 적극적으로 실행하도록 한 번 더 북돋을 필요가 있다. 

1년 남짓. 교육과정 실행 준비 기간이 남았다. 라이사넨이 주장한 동료교사와의 협력, 연수, 여유, 그리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는 용기는 핀란드 교사에게만 필요한 준비는 아닐 것 같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안착을 위해서 선생님들께 무엇이 필요한지 진지하게 묻고 준비하여 개발진이 준비한 교육과정의 좋은 의도가 잘 실현되기를 바란다. 

또한, 교육과정 개발에 참여하여 수고한 연구진, 자문 진에게도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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