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 박힌 왕관을 쓴 물매화
보석 박힌 왕관을 쓴 물매화
  • 우래제 교사 <청주원봉중학교>
  • 승인 2015.09.16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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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래제 교사 (청주 원봉중 )
▲ 우래제 교사 <청주원봉중학교>

가을을 기다리지 못해 서둘러 동강할미꽃을 보았던 근처 계곡으로 물매화를 보러갔다. 매화꽃을 닮은 것이 물가에 산다고 물매화라는 이름이 붙었다.

옛날 옥황상제의 정원을 가꾸던 선녀가 있었다. 선녀는 황소가 정원을 망치는 것을 막지 못해 하늘나라로부터 쫒겨났다. 선녀는 하늘나라의 황도 12궁을 떠돌다 발을 헛디뎌 그만 지상으로 떨어졌다. 다행이 물에 떨어져 목숨은 구했지만 하늘나라로 돌아갈 수 없는 선녀는 옥황상제에게 지상에서 살게 해달라고 빌었다. 결국 선녀는 물매화가 되었다.

선녀의 모습을 닮아서인지 물매화는 가냘픈 줄기에 심장 모양의 잎 한 장을 달고, 줄기 끝에 하얀 꽃 한 송이를 피운대. 꽃잎과 수술, 헛수술, 꽃받침 조각이 각각 5개로 아주 단아한 선녀 모습이다. 그 가냘프고 청초한 물매화도 특이한 생존전략을 가지고 있는데 알아보자.

그 첫째가 물매화의 헛수술이다. 물매화는 꽃잎 바로 안쪽에 왕관의 보석처럼 영롱하게 빛나는 작은 구슬을 단 헛수술이 있다. 다섯 개의 헛수술은 각각 20여 개의 가느다란 실처럼 갈라지고 그 끝에 노란 꿀샘을 달고 있다. 햇빛이 비치면 반짝이는 모습이 보는 사람을 매료시키는데 보통의 꽃들에서 볼 수 없는 이 헛수술은 화려하지 않은 물매화가 꽃가루를 옮겨 줄 곤충들을 유인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인 것이다.

두 번째는 자가수분을 피하기 위한 전략이다. 물매화의 수술은 다섯 개로 약간 둥그스름한 암술에 기대어 있다. 꽃밥이 성숙해가며 하나의 꽃밥이 암술머리를 덮고 있다가 꽃가루가 완전히 성숙하면 밖으로 펴진다. 펴진 꽃밥은 다른 꽃에 꽃가루받이를 할 수 있게 한다.

하나의 꽃밥이 펴지면 이어 다른 꽃밥이 암술머리를 덮고 꽃밥이 성숙하기를 기다린다. 이렇게 다섯 개의 수술이 다 펴지면 넷으로 갈라진 암술머리가 드러나게 된다. 이제야 자신이 꽃가루를 받을 수 있는 자세가 된 것이다. 이러한 물매화의 생태는 자신의 꽃가루로 수분되는 것을 막고 다른 꽃의 꽃가루를 받기 위한 물매화의 생존전략으로 보인다.

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 개울 저편에 보이는 물매화만 생각하고 덤벙대다 등산화 신은 채로 퐁당 물에 빠져 버렸다. 그래도 좋다. 청초하고 깔끔한 너를 볼 수 있어 행복하다. 꽃밥에 빨간 연지 찍은 연지 물매화를 볼 수 있었으면 더욱 좋았을 걸, 그래도 다행이다. 먼 길 와서 너의 맑고 깨끗한 모습에 취할 수 있어서! 이제 물매화의 계절이다. 이 가을이 가기 전에 빨간 입술을 가진 연지 물매화를, 왕관의 보석이 조금 적은(8개정도) 애기물매화도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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