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민법 제정 57년만에 일부 개정안 입법예고
1~1118조 전체 법조문 중 총 1057개 조문 정비
'궁박(窮迫·절박한 사정)' 등 민법 조문에 남아있던 일본식 표현과 한자어가 민법 제정 57년만에 한글식 표현으로 바뀐다.
법무부는 지난 1958년 민법이 제정된 이후 법조문에서 사용돼 온 어려운 한자어나 일본식 또는 어법에 맞지 않는 표현 등을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한글식 표현으로 정비한 민법 일부 개정안을 오는 26일 입법예고한다고 25일 밝혔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원칙적으로 현행 민법의 법조문 전체를 한글로 표기하되, 한글만으로 이해하기 어렵거나 다른 단어와 뜻이 혼동될 우려가 있는 경우 괄호로 한자를 병기 ▲일본식 표현을 우리말 표현으로 바꾸기 ▲ 어려운 한자로 된 법률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바꾸되, 많이 알려져 있거나 다른 말로 바꾸기 어려운 용어는 그대로 사용 ▲ 복잡한 구조의 법문을 이해하기 쉽게 '항'이나 '호'로 나누기 ▲문장을 문법에 맞는 표현으로 바뀌는 것 등을 원칙으로 했다.
이에 따라 개정안은 현행 민법 표현 중 주요 용어 133개, 문장 64개를 순화하는 등 민법 제1조부터 제1118조까지 총 1057개 조문을 정비했다. 분야별로 보면 총칙편 151개, 물권편 189개, 채권편 392개, 가족편 325개 등이다.
예를 들면 일본식 표현인 '궁박'은 '곤궁하고 절박한 사정'으로, 한자식 표현인 '구거(溝渠)'는 '도랑'으로 순화하는 식이다. 또 '기간(期間)의 만료(滿了)로 인(因)하여 소멸(消滅)한다'는 등의 문법에 어긋난 문장도 '종전 임대차기간이 만료된 때에 소멸된다'는 일상적 표현으로 변경했다.
다만 학계와 실무에서 확립됐거나 대체가 어려운 '유류분(遺留分·상속 재산 가운데 법률상 반드시 남겨 둬야 하는 부분)' 등의 법률용어는 이번 개정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동안 법조계 안팎에선 민법 제정 당시 사용하던 한자어와 일본식 표현이나 어법에 맞지 않는 표현 등이 많아 일반 국민들이 법조문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돼왔다. 특히 민법 조문의 경우 일반인들의 사적 재산과 직결돼 있는데도 사건 당사자들이 법조문을 읽을 수 없을 정도로 난해하다는 비판도 있었다.
따라서 법무부는 민법이 상법 등 민사특별법의 기초가 되는 데다 국민들의 생활에 직접 적용되는 기본법인 점 등을 감안해 지난 2년여 동안 개정작업을 거쳐 이번 민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2013년 6월부터 1년간 법제처와 협력해 민법 개정안 초안을 마련한 후 2014년 9월부터 올해 6월까지 '법무부 알기 쉬운 민법 개정위원회'를 31회 운영해 개정안을 확정한 것이다. 위원회는 민법학계 원로인 서민 충남대 명예교수 등 전문가 11명으로 구성됐다.
법무부는 관계자는 "국민생활의 기본법인 민법을 수요자인 국민 눈높이에 맞춰 법에 대한 국민의 접근성을 높이고 국민 모두 이해할 수 있는 법을 만들었다"며 "이번 민법 개정으로 다른 법령의 정비기준도 제시하게 돼 한국의 법체계의 선진화에도 기여할 것"이라며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광복 70주년을 맞아 민법에 남아있는 일본식 표현을 걷어내고 광복 이후 우리 법의 독자적 발전성과를 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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