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
강정호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5.08.03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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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쯤 되면 어깨가 으쓱할 만 하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구단의 닐 헌팅턴 단장(Neal Huntington·47). 그는 2014년 말 메이저리그 시장에 나온 한국인 내야수 강정호를 이적료 500만2015달러, 4년 연봉 총액 1100만달러에 영입했다.

당시 미국 스포츠계에선 깜짝 놀랐다. 무모한 베팅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스포츠전문채널 ESPN의 전문가 데이비드 쇼앤필드는 “이것은 피츠버그의 도박”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럴만한 이유도 있었다. 피츠버그는 구단 재정이 넉넉하지 못했다. 2014시즌 선수 연봉 총액이 전체 30개 구단 중 25위(7700만달러)에 불과했다. 그런 구단에게 미국에서 검증되지 않은 선수를 데려오는 것 자체가 부담일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내야수가 전문 포지션인 강정호가 비집고 들어갈 자리도 없었다. 이미 피츠버그는 내야에 유격수 조디 머서, 2루수엔 닐 워커, 3루수 조시 해리슨이라는 관록의 베테랑들이 지키고 있었다. 강정호의 시즌 초반은 벤치에서 시작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시즌이 시작되면서 피츠버그의 도박은 ‘대박’이 돼버렸다. 초반 출장 기회가 없어 이렇다 할 면모를 보여주지 못하던 강정호는 불과 반 시즌이 지나면서 정체불명의 ‘오리 새끼’에서 ‘백조’로 부상했다. 7월 말 현재 타율이 2할9푼9리. 팀 내 타율 1위에다 팀 기여도 1위 등 각종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당장 미국 언론들이 놀란 반응이다. CBS스포츠를 비롯한 다수 언론 매체들은 강정호가 신인왕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음을 전했다.

CBS는 “메이저리그 신인왕 후보 경쟁 구도에 강정호가 가세했다”면서 “후반기 들어 타율 4할2푼6리, 출루율 4할7푼5리, 장타율 7할7푼8리로 4개의 홈런을 몰아쳤다”며 상승세를 전했다.

피츠버그 포스트 가젯은 강정호의 놀라운 7월 성적을 소개하면서 “강정호가 내셔널리그 올해의 신인왕 후보로 계속해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리뷴 리뷰는 한 술 더 떠 ‘KBO에서 온 MVP’라며 강정호를 조명했다. 이 매체는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가 팀 내 1위”라고 강정호를 추켜세운 뒤 엄청난 헐값 계약으로 영입한 강정호가 풀타임 주전으로 손색없는 활약상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궁금한 건 강정호의 향후 몸값이다. 타율 3할, 연간 20홈런에 전천후 내야 수비가 가능한 메이저리그 주전 유격수. 강정호가 앞으로 피츠버그와의 계약기간 중 이를 유지한다면 4년 후 5년 계약에 총 연봉 1억 달러의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런 선수를 피츠버그는 헐값으로 데려와 훌륭하게 너무도 잘 써먹고 있는 것이다. 이뿐인가. 계약 기간 도중 돈이 급하면 팔아도 된다. 현금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으면 지금 몸값의 최소 5~6배 이상의 액수를 받을 수 있다.

강정호의 활약으로 MLB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1위를 달리며 포스트시즌 진출을 굳히고 있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요즘 구단 프론트 분위기가 강정호 덕분에 연일 희색이다.

아쉽게 부상으로 시즌을 접어야 했던 류현진을 대신한 강정호의 활약상. 무더위 가운데 연일 들려오는 청량제 같은 소식이 반갑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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