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거울
  • 신금철 <수필가>
  • 승인 2015.07.21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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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시내버스 옆 자리에 앉은 20대의 여성이 연신 거울을 들여다본다.

곁눈질로 살짝 보니 어색한 쌍꺼풀에 짙은 아이섀도를 바르고 나름대로 콧대도 높으며 입술엔 짙은 립스틱이 반짝거린다.

화장이 짙은 데도 콤팩트로 연신 얼굴을 두드리며 눈을 깜빡거리고 입술을 움직이는 등 화장을 고치는 모습이 그리 예뻐 보이지는 않았다.

시내버스를 탄 지 20 여분이 넘도록 거울을 들여다 본 그가 버스에서 내리자 뒤에 앉았던 할머니께서 한 말씀 하셨다.

“웬 거울을 그리 오래 들여다 봐. 그리 예쁜 얼굴도 아니구먼.”

할머니의 말씀에 남을 의식하지 않고 거울을 들여다보던 그가 조금은 지나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버스를 탈 때마다 흔히 보는 모습이어서 더욱 예뻐지고 싶은 그의 마음을 미소로 날렸다.

인류 최초의 거울은 호수나 연못과 같은 물의 표면이었으나 물의 표면은 쉽게 흔들리고 휴대할 수가 없어 암석을 갈아 매끈하게 윤을 내어 거울로 사용하기 시작하게 되었단다. 차츰 과학의 발달과 함께 구리나 유리의 제조 기술이 발달했고 은도금의 새로운 기법을 거울에 사용하여 지금에 이르렀다.

과거의 거울은 사람의 얼굴을 비춰 보는 용도로 사용될 뿐만 아니라 부나 권력을 상징하기도 했다.

요즈음은 누구나 거울을 소지할 수 있고 거리의 곳곳에서 쇼윈도우에도 자신의 모습을 쉽게 비춰 볼 수가 있다.

행여 화장을 한 얼굴이 지워지고 머리가 흐트러졌거나 옷매무새가 바르지 못할까 걱정스러워 살짝 거울을 비춰보는 애교는 남이 보기에 그리 유난스럽게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많이 보는 앞에서 지나치게 거울을 들여다보고 갖가지 표정을 연출하는 모습은 그리 보기 좋은 장면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거울은 원래의 모습 그대로를 비춰준다.

나도 하루에 두세 번쯤 깊어지는 주름살을 드러내는 거울을 보면서 세월의 흔적을 함께 본다. 얼굴 여기저기 검은 점들이 꽃밭의 잡초처럼 나타나고 제법 큰 검버섯과 기미도 어울리려 한다.

외출을 하지 않는 날엔 점들이 마음껏 드러나도록 당당하게 가족들 앞에 민낯을 내민다.

원래 그리 예쁜 얼굴은 아니었으니 거울 속의 나를 보고 크게 실망하지 않고 자연의 순리로 받아들인다.

며칠 전 내가 사는 아파트의 엘리베이터 벽에 ‘진정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으면 거울을 보지 말고 다른 이에게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보라’는 의미의 시가 붙었다.

이제 주름 깊어가는 내 모습을 유리 거울에 비추며 씁쓸해하지 말고 다른 사람의 마음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어떨까를 자주 들여다보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매일 함께 사는 가족들, 이웃들, 친구들, 그리고 거리에서 스치는 사람들에게 비치는 내 모습에서 환하고 겸손하고 넉넉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내면이 아름답게 비치는 거울을 자주 들여다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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