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물
숲과 물
  • 반기민 <충북대학교 산림학과 겸임교수>
  • 승인 2015.07.14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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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반기민 <충북대학교 산림학과 겸임교수>

긴 가뭄 끝에 반갑고 고마운 비가 내렸다. 온 세상이 갈증으로 타들어 가는 수개월 간 언제나 비가 오나 기다리고 마음 졸이게 했던 비가 내렸다. 비 내리는 모습에 고맙고 감사하는 마음이 이렇게 간절한 적도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이 땅의 어디에서인가 증발되고 증산되는 물이 있어서 하늘에서 다시 모여 구름이 만들어지고 비가 내리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중요한 것은 물이 어디에 어떻게 저장되어 있느냐는 것이다.

교육을 하다 보면 물은 나무나 식물 조직 속에 들어 있고 이것이 하늘로 올라가는 증산작용을 통하여 대기중의 물 알갱이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많다. 하지만 물은 토양 속에 저장되어 있고 토양 알갱이 사이에 미세하게 수분이 있어서 이것이 뜨거운 햇볕에 증발되거나 나무들이 뿌리에서 뽑아 올려 증산작용을 통해 하늘로 올려 보내는 것이다. 즉 물은 토양이 저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산림은 전 국토의 64%를 차지하고 있다. 이곳 산림에서 물이 토양 속에 저장되어 있다가 여러 형태로 대기를 통해 방출되고 있다. 숲이 이렇게 물을 저장하고 있는 것을 녹색댐이라고 표현한다. 댐이 물을 모아놓는 것처럼 숲이 물을 산림토양 속에 저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숲에 들어가 바람이 부드럽게 불면 우리의 살갗은 시원함을 느낀다. 이는 대기 중의 미세한 물 알갱이들이 우리의 피부와 부딪히면서 열을 빼앗아가기 때문이다.

숲의 녹색댐은 갑자기 내리는 빗물을 저장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갑자기 많이 내리는 비 보다는 천천히 여러 날 내리는 비가 땅속 깊이 더 잘 스며들어 그 기능을 충분히 발휘한다. 그리고 이 저장된 물을 깨끗하게 정화하여 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산림은 우리의 삶의 배경이 되어주는 중요한 자원이다.

요즘처럼 가뭄이 심하다가 갑작스럽게 비가 많이 올 경우 숲이 없다면 일시에 많은 물이 계곡이나 하천 혹은 강으로 순식간에 흘러넘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숲의 이러한 기능이 충분히 발휘되도록 강 주변이나 댐 주변에 숲을 조성하고 단일수종은 장기간에 걸쳐 물을 많이 저장하는 수종들로 바꾸어 주는 것도 필요하다.

4대강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정부에서 많은 예산을 퍼부어 강에 대형구조물을 만들고 물의 흐름을 약화시켜 저장하였지만 물 부족을 해결하기는커녕 더 많은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식수부족은 물론이고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녹조류를 발생시키는가 하면 농업용수로도 활용이 불가능하게 해 국민의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다.

우리는 물을 마시고 물을 통하여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지구의 2/3가 물이고 인간의 2/3가 수분이라고 한다. 왜 지구의 많은 부분이 물로 구성되었을까? 지구를 구성하고 있는 동식물들이 물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먹고 살아가는 과정 자체가 물과 공기와 햇빛의 조화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우리의 삶의 터전이 이러한 조건들을 만족하고 살아갈 수 있다면 그 또한 복이다. 감사하며 살아가야 할 환경이다.

충북의 댐들을 보니 아직 가뭄이 지속되고 있다. 평년의 수위를 유지하지 못한다. 물을 필요로 하는 국민에게 충분하고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기관 단체들만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물을 아끼고 절약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도 장마기간에 들어섰는데도 많은 비가 오지 않고 있다. 조만간 여러 번의 태풍이 오고 지나갈 것이다. 함께 비도 내리고 많은 비로 인해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비를 맞이할 준비를 하면 좋겠다. 오랜 가뭄에 따른 땅의 수분 부족으로 많은 비가 내리면 흘러내리는 현상이 있으니 우기 전에 숲을 훼손하는 것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숲의 고마움, 이것을 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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