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비는 누가
진료비는 누가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5.06.22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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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부국장<천안>

메르스(MERS중동호흡기 증후군)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바빠진 기업들이 있다. 바로 건강식품을 만들어 파는 회사들이다.

온라인 쇼핑업체 옥션에 따르면 이달 현재 건강기능식품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7%가 증가했다. 눈에 띄는 건 프로폴리스(Propolis) 제품군의 판매량 증가다. 암을 억제하고 항균, 항산화 작용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프로폴리스는 지난달 20일 국내에서 메르스 발병 사실이 알려진 이후 지금까지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9%가 늘었다.

홍삼 제품의 판매량도 점차 늘고 있다. KGC인삼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이후 홍삼 관련 제품군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7% 증가했다. 특히 어린이·청소년용 제품의 매출은 기록적인 신장세를 보였다. 메르스에 대한 공포감이 커지기 시작한 6월 이후 어린이용 홍삼 농축액 제품인 홍이장군의 판매량은 두배나 뛰었다. 

농촌진흥청이 메르스 사태 이후 소비자들의 농식품 구매 패턴을 조사해 21일 발표했다. 과일과 채소의 소비량이 늘어난 것이 특징이다.

전체 300명의 응답자 중 13%가 메르스 발생 이전 보다 과일의 구매량을 늘렸다고 답했다. 마늘 생강 등의 양념 채소의 구매량을 늘렸다는 사람도 8.5%나 됐다.

메르스 예방을 위해 농산물을 구입했다고 답한 사람도 20%나 나왔다. 이들은 홍삼, 마늘, 양파, 생강 등을 메르스 예방에 좋은 농산물로 인지하고 있었다. 메르스가 우리 식탁 문화를 지금까지 보다 더 ‘채식 선호적’으로 바꾸고 있는 셈이다.

면역력 증강이 전염병에 가장 좋은 대응법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먹을거리 뿐만 아니라 운동에 대한 관심도 전에 없이 높아지고 있다. 신세계이마트에 따르면 이달들어 가정용 헬스기구의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54%나 급증했다. 아령은 15%, 메트·짐볼은 25% 늘었다. 헬스장, 휘트니스클럽 등에 신규 가입을 문의하는 사람들 수도 크게 늘었다. 규칙적인 운동이 면역력 증강에 큰 도움이 된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 때문이다.

메르스 사태에 투입된 검사비와 진료비의 부담 주체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메르스 진료비는 의심환자나 감염자에게 진료비를 부담시키지 않기로 했다. 건강보험 적용 대상 진료비는 국민건강보험이, 본인 부담금과 비급여 진료비는 정부와 지자체가 절반씩 부담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문제는 그 비용이 적은 액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의심환자나 감염자에게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진료비가 쓰였다. 초기 대응을 제대로 못해 화를 키운 정부나 병원 내 감염에 속수무책이었던 병원들에 그냥 면죄부를 주고 전액 국민 혈세로 충당해야 한다면 화 안낼 국민들이 없다. 

지난 19일 한 변호사가 서울행정법원에 ‘메르스 확산 사태에 대한 정부의 초기 부실 대응의 법률상 위법성을 확인하는 부작위 위법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음을 확인하기 위한 소송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국가가 ‘일을 제대로 못한 혐의’로 피소 당사자가 됐다는 사실에 착잡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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