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귀한 희생 기억하자, 이것은 헌시다”
“고귀한 희생 기억하자, 이것은 헌시다”
  • 뉴시스
  • 승인 2015.06.07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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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연평해전' 김학순 감독 제2연평해전 실화 영화화 … 오는 24일 개봉

영화 `연평해전' 김학순 감독(사진)은 밝게 웃으며 인사했지만 전혀 밝아 보이지 않았다. 한, 두번 미소를 보였을 뿐 인터뷰 내내 김 감독의 표정은 어두웠다. 김 감독의 그 `어색한 밝음'은 개봉을 앞둔 연출가의 기대감 섞인 긴장감과는 달랐다. 마음이 굉장히 무거워 보인다는 물음에 그는 “그럴 수밖에 없지요”라고 말했다.

그가 연출한 `연평해전'은 2002년 6월 29일 서해북방한계선 부근에서 일어난 남북한 간의 군사적 충돌, 제2연평해전을 담은 영화다. 이 교전으로 해군 참수리 357호에 타고 있던 국군 6명이 세상을 떠났고 19명이 부상했다. 영화는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큰 축제가 열렸던 시기에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을 통해 젊은 군인의 고귀한 희생을 기린다.

실화를 영화화한다는 게 매우 흔한 기획이 된 영화계 상황을 볼 때 김학순 감독의 가라앉은 마음은 어쩌면 유난해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제2연평해전 사건이 갖는 의미와 무게감과는 다르게 너무 쉽게 잊혀진 전투가 됐다는 점, 나라를 위해 희생한 이들의 장사(葬事)를 우리는 너무 쉽게 치르고 어설프게 조문(弔問)했다는 점에서 김 감독의 침전(沈澱)은 합당하다.

`연평해전'을 뛰어난 영화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미학적 야심도 보이지 않고, 단순하고 직선적인 화법이 촌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훌륭한 실화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서사의 도약도 없다. 중요한 것은 이 영화가 북한군과 싸우다 세상을 떠난 이들을 다시 한 번 기억하게 한다는 것, 그것 자체다.



- 보수 언론이 `연평해전'을 좋아하는 것 같더라.

◆기사가 크게 나왔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스케줄 문제로 읽어보지는 못했다. 어찌 됐든 좋은 글을 써주신 건 감사한 일이다. 한 사람이라도 관심을 갖고 봐야 하는 영화이니까.



- 시사회 끝나고 유족들이 했던 말 중에 어떤 게 가장 기억에 남나?

◆하신 말씀은 다 비슷했다. 영화 잘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것이었다. 자식이 죽고, 남편이 죽는 장면을 보면서 얼마나 더 할 말이 있겠나.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연락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부각이 안 된 분들께 죄송스럽고 그렇다.



- 영화로 뭘 말하고 싶었나.

◆`연평해전'은 축제 속에서 생긴 비극, 그 비극으로 희생된 이들과 가족을 잃은 이들의 아픔에 대한 헌시다. 우린 너무 쉽게 잊고, 무감각해진다. `나라를 지키자' 이런 말 하려는 게 아니다. 이런 사람들이 있다는 걸 기억하자는 거다.



- 관객이 영화를 어떻게 봤으며 하나.

◆영화를 통해 이런 일이 있었다는 걸 사람들이 많이 알게됐으면 한다. 미국을 예로 들자면 그 나라는 사람 한명, 한명의 목숨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나. 국민 한 사람이 납치되면 대통령이 발벗고 나서지 않나. 이런 거 본받아야 한다. `연평해전'으로 작은 변화가 일어난다면, 그거면 충분하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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