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를 통해 본 대한민국
메르스를 통해 본 대한민국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5.06.07 2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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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연지민 취재3팀장 <부장>

급속한 확산으로 전 국민을 불안에 떨게 했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감염이 다소 주춤세를 보이고 있다. 감염자들의 음성판정과 지자체와 정부의 예방조치가 취해지면서 감염자 사망으로 일파만파로 번져났던 불안감도 누그러지는 양상이다.

아직도 메르스 예방법이나 처방이 뚜렷하지 않고 균이 잠복할 가능성이 크지만, 메르스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 발생부터 계속된 공포에서 벗어나는 분위기다.

경기도 평택에서 시작된 메르스 공포는 지난주 충북에서도 극에 달했다. 청주 모 초등학교 교사가 메르스 확진 환자와 접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5개 학교가 3일부터 ‘긴급휴업’에 들어갔고, 휴업소식이 인터넷상으로 순식간에 퍼지면서 메르스 공포는 일파만파로 번졌다. 특히 메르스가 사망률이 높을 뿐 아니라, 치료제와 백신이 없다는 사실이 시민들을 더 두렵게 만들었다. 사람이 모이는 음식점이나 커피숍은 썰렁했고, 거리마저 한산한 모습이 목격됐다.

충북도교육청의 긴급 휴업 조치가 이루어진 2일, 충북도는 메르스와 관련해 도내에서는 감염 의심자나 밀접 접촉자, 중동지역 방문자가 한 명도 없다고 밝혀 논란을 빚기도 했다. 환자와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감염된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떠돌았지만 이를 명확하게 짚어주거나, 상황을 알려주는 대책본부도 없이 교육청 따로, 지자체 따로, 병원 따로 메르스에 대응해 우왕좌왕 공포심만 키웠다.

공포감이 확산되던 4일 박원순 서울시장의 긴급 기자회견은 위기대응법을 확실히 보여줬다.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의 이동선과 병원을 발표함으로써 혹시 모를 익명의 시민들의 안전을 당부했다. 전 국민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고 당황하고 있을 때 사태를 투명하게 드러냄으로써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모습이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서투른 사태 키우기로 불안감을 조성했다며 정치적 비난도 보내고 있지만, 국민에게 사태를 직시하게 하고 대응의 지침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발 빠른 대응법이었다고 본다. 그만큼 메르스 공포는 국민의 삶을 좌지우지한 일상이자 현실이었다.

병원 환경도 도마 위에 올랐다. 좁은 병실과 병간호·문병 문화가 바이러스가 퍼지기에 좋은 환경을 제공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첫 환자가 메르스 증상이 있었음에도 격리 없이 열흘 동안 병원과 거리를 활보할 수 있었던 느슨한 방역망도 메르스가 확산할 수 있었던 주된 이유로 꼽히고 있다.

메르스 확산 과정을 지켜본 국민은 공포가 컸던 만큼 정부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불안감이 커질 것만을 우려한 정부가 늑장 대응하면서 뒷북 행정이란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4일 밤 메르스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두고 정치권은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고, 국민안전처에서는 부랴부랴 긴급재난문자로 예방수칙을 보내고, 뒤늦게 메르스 감염 병원을 공개하는 등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메르스 환자가 보고된 지난달 11일부터 7일까지 약 4주간의 메르스 감염과 확산 기록을 보면 세월호가 따로 없다. 아무런 대응도 없이 있다가 사망자가 나타나자 허둥지둥 사태 수습에 나선 꼴이다. 사회적 불안이 두려워 쉬쉬하다 공포 상태로 몰아넣고는 누가 잘했니 못했니 따지고만 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정부와 정치인들은 국민과 점점 더 멀어지는 소리만 하고 있다. 한국의 정치인들과 정계가 신뢰받지 못하는 이유는 이처럼 책임감 없는 태도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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