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 우리의 미래다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 우리의 미래다
  • 임성재 <칼럼니스트·시민기자>
  • 승인 2015.05.26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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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임성재 <칼럼니스트·시민기자>

노무현 대통령 6주기 추모행사가 지난 23일 봉하마을에서 열렸다. 

예년과 다름없이 전국에서 5000여 명이 모여 고인을 추모했다. 6주기의 주제는 ‘시민의 힘’이었다.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 우리의 미래다’라고 열변을 토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동영상이 흘렀다. 

국민의 슬픔과 아픔은 아랑곳하지 않고 전권을 휘두르는 대통령 1인 권력시대에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 있다’는 노 대통령의 웅변은 참석자들의 가슴을 울렸다. 

춘추시대 제나라 경공이 공자에게 물었다. “정치란 무엇입니까?” 공자께서 대답하셨다. “君君臣臣 父父子子(왕은 왕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비는 아비답고 자식은 자식답게 하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꿈꾼 정치가 바로 이것이 아니었을까? 

추모식 끝 순서로 유족대표의 인사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씨는 ‘오늘 이 자리에 특별히 감사드릴 분이 오셨다’며 추모식에 참석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향해 말문을 열었다. ‘선거를 이기기 위해 전직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며 정상회담 회의록을 뜯어다가 줄줄이 읽어대고, 권력으로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고 비난한 뒤 ‘제발 국민을 생각하는 정치를 하라’며 질타했다. 그동안 가슴에 담아두었던 유가족들의 비통한 심정을 읽는 것 같았다. 

이날의 유족인사를 두고 언론과 정치권에서 말들이 많다. 특히 보수언론과 종편방송들은 ‘추모식에서 그러면 안 된다’ ‘손님에게 그러면 안 된다’ ‘어른에게 그러면 안 된다’ ‘배후가 있다’는 등의 비난과 의혹을 쏟아내고 있다. 

일부 정치인들도 가세하여 노건호씨의 발언을 정치의 장으로 끌어들이려 한다. 

‘파잔(Phajaan)의식’이라는 것이 있다. 어린 코끼리를 길들이는 잔혹한 방법을 말한다. 어린 야생코끼리를 어미한테서 강제로 떼어낸다. 그리고 몸이 겨우 들어가는 우리에 가둔 후 커창이라 부르는 쇠꼬챙이로 코끼리의 가장 예민한 부분인 정수리와 귀 뒷부분을 무자비하게 찌르고 때린다. 이렇게 3~4일 정도가 지나면 코끼리의 야성은 말살되고 조련사에게 절대 복종하게 된다. 

이때 코끼리의 반 정도는 죽고 정신착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렇게 파잔의식을 통과한 코끼리는 쇼를 위해 조련 받으며 인간의 노리개로 전락하고 만다. 더 이상 야성의 코끼리는 없고 인간에 의해 조정 당하는 코끼리 아바타가 되고 마는 것이다. 

지금 보수언론과 종편방송들이 노건호씨의 발언을 두고 보도하는 태도는 파잔의식과 다름없다. 노건호씨의 발언에 담긴 진정한 의미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그들의 용도에 맞게 여론을 재형성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한 번 유력한 여론이 형성되면 반대의 목소리는 잠잠해진다는 침묵의 나선이론에 가둬 놓으려는 술책이다. 

정권의 비호아래 정권의 입맛에 맞도록 여론을 만들어가는 쓰레기 언론들의 참담한 모습을 보면서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 우리의 미래라고 웅변하던 고 노무현 대통령의 말이 둔탁하게 다시 가슴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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