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 선수조차 빼앗기는 충북체육의 악순환
내집 선수조차 빼앗기는 충북체육의 악순환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15.03.05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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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러의 여제로 통하는 우효숙이 소속팀인 청주시를 떠나 경북 안동시청으로 이적했다는 소식이 도민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충북을 대표하던 선수의 타지 이적이라는 자체도 그렇거니와 이러한 현상이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현실이 더욱 그렇다.

우효숙이 누구인가. 피겨에 김연아, 골프에 박세리, 역도에 장미란이 있다면 롤러스케이트엔 우효숙이 있다. 아시아와 세계무대를 제패하며 그야말로 셀 수 없을 정도로 각종 대회에서 우승함으로써 롤러의 상징적 인물이 된 그녀다. 그런 그가 선수생활을 거쳐 후배 양성을 위한 자신의 역할이 가장 필요할 시기에 돌연 충북을 떠난 것이다.

다른 종목들도 다 마찬가지이지만 우수한 경기력을 가진 선수들이 결국 궁극적으로 부딪치는 것은 현실적인 생활문제다. 안정된 여건에서 계속 운동을 이어갈 수 있어야 하는데도 충북은 실업팀이 거의 전무한데다 자치단체조차 충분한 지원을 하지 못해 이들을 잡는데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롤러 무대를 석권한 우효숙도 빙상종목으로 전환해 새로운 도전을 시도했지만 여의치 않자 청주시청에서 코치겸 선수로 활동하다가 안동시로부터 호조건의 제안을 받고 이적을 결단했다고 한다.

자신의 경험을 살려 도내 체육회에도 취업을 시도했다는 것을 보면 그를 놓친 책임은 결국 지역사회가 져야 한다.

우효숙의 사례는 15년 전 김수녕 파문의 판박이다.

올림픽 연패로 세계 양궁의 상징적 존재였던 김수녕은 2000년 청주를 등지고 경북 예천군에 둥지를 튼다. 자신의 이름을 딴 양궁장까지 청주에 건립됐는데도 끝내 자신을 키워준 고향을 등질 수밖에 없었던 사정도 역시 현실 문제였다.

당시에도 김수녕은 마지막까지 충북을 고수하려고 했지만 지역사회가 이를 지켜주지 못했다. 그러다가 이미 이적이 끝난 상황에서 “다시 붙잡겠다”며 뒷북을 치는 바람에 당사자만 곤혹스럽게 했다. 그때 기자들의 취재에 예천군 관계자가 한 말이 지금도 귀에 생생하다. “충북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네요. 있겠다는 사람 못 잡고 왜 이제 와서 난리들입니까?”

정작 체육인들을 더 고민스럽게 하는 것은 충북체육의 이러한 악순환이 여전히 별다른 개선의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나마 성인 선수들의 등받이가 되고 있는 자치단체는 이번 우효숙의 사례처럼 뜨뜻미지근한 자세로 일관하고 있고 향토기업들은 아예 신경을 안 쓴다.

전국적인 현상을 보더라도 지방체육과 향토기업은 같이 가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충북의 현실은 지역을 바탕으로 천문학적인 돈을 버는 기업은 많지만 체육에 대한 관심은 손톱만큼도 없다. 이러다간 충북경제의 전국 4% 달성도 허깨비가 된다.

어려서부터 갖은 정성을 들여 키워온 선수가 막상 그의 지도자적 역량이 필요한 시기에 대책없이 타지로 유출된다면 이보다 억울하고 비생산적인 일이 또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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