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의 고객정보 장사
홈플러스의 고객정보 장사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5.02.03 1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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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부국장<천안>

기가 막힐 따름이다.

이미 상도와는 거리가 멀었던 대형마트들이지만 그중에서도 이 회사는 ‘후안무캄 그 자체다.

검찰이 대형마트 업계 빅4 중 하나인 홈플러스 사장과 전·현직 임직원들을 불구속 기소해 재판에 넘겼다.

범죄 혐의는 크게 두가지다. 첫째는 경품 행사를 하면서 습득한 고객 정보를 보험사 7곳에 몰래 빼다 판 혐의. 또 하나는 경품을 고객들에게 지급하지 않고 제멋대로 나눠 가진 혐의다.

그중 경품 갖고 장난친 것은 파렴치하기 그지없다. 이 회사는 2011년말부터 지난해 여름까지 고객 사은 경품 행사를 개최했다. 1등은 7800만원짜리 다이아몬드 반지나 5000만원짜리 제네시스 승용차, 2등은 수백만원짜리 상품권 등 푸짐한 경품에 고객들은 행운을 기대하며 너도나도 응모권을 받아 참여했다.

그런데 도통 연락은 없었다. 경품을 아예 회사 직원들끼리 짜고 나눠 가졌기 때문이다. 추첨 결과를 문자 메시지로 알려주겠다고 한 뒤 전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하긴 당첨 결과까지 조작해 나눠 가졌으니 무슨 말을 할 것인가.

이보다 더 심각한 짓도 했다. 최근 3년간 고객 정보 2400만여건을 동의 없이 보험사들에 팔아 231억원을 챙겼다. 이중 712만 건은 3년여 간 11차례 경품 행사에 응모한 고객들의 것이다.

이들은 경품 응모권에 생년월일과 자녀, 부모의 숫자, 동거 여부 등을 구별해 적도록 했다. 순수한 경품 증정 목적이었다면 전화번호와 이름만을 써내도 됐을 텐데 아예 처음부터 경품 행사의 목적은 고객 정보 수집 및 판매였다.

나머지 1694건의 홈플러스 회원 정보도 거리낌 없이 팔아치웠다. 수집 당시 제삼자 정보 제공 동의를 하지 않은 고객들의 정보도 1건당 2000원~2800여원을 받고 파는 등 총 83억원을 챙겼다.

소비자들을 더 분노하게 한 것은 이 범죄가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진행됐다는 점이다.

홈플러스는 아예 고객 정보 판매를 위한 전담 부서까지 만들어 운영했다. 매년 연초에 회의를 하고 수익 목표치를 설정해 직원들을 독려했다.

직원들이 고객 정보를 손쉽게 얻기 위한 방법은 경품 행사를 빌미로 개인 신상 정보를 터는 것. 갑자기 홈플러스에서 경품 행사가 잦아진 이유다.

이번 수사에서 홈플러스는 고객들이 잘 알아보기 어려운 깨알 같은 글씨를 경품 응모권에 인쇄해 제삼자 정보 제공 동의 조항에 서명하도록 유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수사 과정에서 고객들의 95% 이상이 자신이 경품 응모권에 제삼자에 대한 정보 제공을 동의한다고 서명한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사건은 과거처럼 고객들의 정보가 해킹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정보를 수집한 기업이 부당 이득을 챙기려고 고의로 팔아넘겼다는데서 충격을 주고 있다. 고객 정보를 보호해줘야 할 회사가 회사를 믿고 맡긴 고객의 정보를 되레 팔아먹은 것이다.

궁금한 것은 우리 정부가 왜 이렇게 ‘제삼자 정보 제공’을 관대하게 허용하고 있는 지다. 이미 은행과 카드사, 통신사 할 것 없이 벌써 수차례 대형 정보 유출 사고를 겪으며 홍역을 치렀던 게 엊그제 일이다.

국회에서 1년 넘도록 표류 중인 개인정보 보호 법안들. 도대체 이를 왜 미루고 있는지 그 높은 분들의 속내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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