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자들의 영웅’ 美 혼다 의원, 이용수 할머니 감사편지 받아
‘위안부 피해자들의 영웅’ 美 혼다 의원, 이용수 할머니 감사편지 받아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5.02.02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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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현 ‘일전퇴모’대표, 위안부피해자 구술집 영문판도 전달
“당신은 칠흑처럼 암담한 세상에서 빛이 있는 세상으로 우리를 구출해주었습니다. 당신은 우리들의 영웅입니다…”

백발의 노인이 안경 쓴 또다른 백발의 노인에게 나지막한 소리로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귀를 기울이며 듣던 안경 쓴 노인의 눈가엔 조금씩 이슬이 맺히고 있었다.

지난달 29일 뉴저지 잉글우드클립스의 한 행사장. 미 연방 하원에서 최초로 통과한 ‘위안부 결의안’의 주역 마이크 혼다 의원의 8선을 축하하는 파티가 열렸다. 혼다 의원은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가 지역구이고 의정 활동은 연방 수도 워싱턴DC에서 하지만 뉴욕뉴저지 한인사회와 각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시민참여센터(구 뉴욕한인유권자센터) 주도로 시작된 한인풀뿌리 운동의 결실로 지난 2007년 연방 하원에서 위안부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됐을 때 긴밀한 공조를 한 주역이 바로 혼다 의원이었다.

일본 정부의 치열한 반대 로비를 무력화한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일본계 3세인 그가 앞장선 덕분이었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인도계 후보인 로 칸나 후보를 물리치고 8선에 성공한 혼다 의원을 축하하는 행사를 시민참여센터가 마련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이날 공식행사에 앞서 김동석 상임이사는 특별한 자리를 주선했다. 마이크 혼다(74) 의원과 백영현(72) ‘일전퇴모(일본전범기퇴출시민모임) 공동대표의 만남이었다.

엇비슷한 나이와 성성한 백발의 혼다 의원과 백영현 대표는 공통점이 많다. 혼다 의원이 30년 교직 생활을 하고 정의와 인권을 위해 정치에 투신했다면 백영현 대표는 30년 엔지니어의 길을 걷다가 환경과 인권을 위해 헌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공통점은 전쟁범죄의 역사를 가리려는 오늘의 일본과 맞서 싸우는 ‘전사’들이라는 것이다. 한 사람은 연방 정치가로서, 또 한사람은 시민운동가로서 지난 10년 간 각자의 위치에서 정력적인 활동을 해왔다.

그런 두사람이 처음 만난 것은 지난 2013년 6월이었다. 당시 혼다 의원은 뉴저지 팰리세이즈팍의 1호 위안부기림비를 빌 파스크렐 의원과 함께 처음 참배했다. 페어론에서 작은 화원을 운영하는 백영현 대표는 2010년 기림비 건립 이후 무료 조경을 책임지고 지속적인 관리를 해 왔다.

혼다 의원이 기림비 앞에 헌화한 꽃도 백 대표가 마련한 것이었다. 그날 하염없이 내리는 빗줄기 속에 무릎을 꿇고 헌화하는 혼다 의원의 모습을 백영현 대표는 뇌리 속에 깊이 간직하고 있다.

1년 반만의 재회를 앞두고 백영현 대표는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다. 위안부 피해자 구술집 ‘들리나요?’의 영문판과 위안부기림비 앞에서 촬영한 사진 5장, 그리고 나눔의 집에 기거하는 이용수 할머니의 감사 편지였다.

지난달 완역 출간된 위안부 피해자 구술집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 12명과 한 명의 시민운동가의 생생한 증언이 실린 것으로 미주한인기획사 미디어조아(대표 한지수)의 주도로 1년여 작업 끝에 지난달 영문판이 출간됐다.

책을 건네받은 혼다 의원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생생한 증언들은 너무나 귀중한 역사의 자료다. 이제까지 해 온 일 중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다”면서 “연방 의회에 전달하고 이 기록집들을 널리 알리는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영현 대표에게 만남을 기념해 서명을 해달라고 부탁해 시선을 끌었다. 백 대표는 서명과 함께 이용수 할머니가 혼다 의원을 “우리들의 영웅”으로 부르며 전달을 부탁한 감사 편지 몇구절을 써내려 갔다.

백영현 대표는 “역사를 외면하는 오늘의 일본을 준엄하게 꾸짖는 혼다 의원이야말로 일본의 양심이 아닐 수 없다”며 “역사의 진실을 알리기 위한 노력하는 혼다 의원에 대한 경의를 표하기 위해 오늘 편지를 가져와 몇 구절을 함께 썼다”고 말했다.

혼다 의원은 “역사의 진실을 부정하는 어떤 행위도 성공할 수 없다”며 “한인 커뮤니티의 활동이 미국의 정치인들에게 큰 힘을 주는만큼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살아계시는 동안 반드시 일본 정부의 사과를 받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자”고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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