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의 양면성
규제개혁의 양면성
  • 장선배 <충북도의원(청주 3)>
  • 승인 2014.12.14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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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장선배 <충북도의원(청주 3)>

지난번 충북도 규제개혁추진단에 대한 도의회의 행정사무감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제출된 자료에는 규제개혁추진단이 올해 중앙정부에 건의한 개혁과제가 빼곡했다. 320여건의 규제를 없애거나 완화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규제개혁 과제 중에는 이해하기 힘든 것이 많았다. 실례로 지방세를 감면해 달라는 내용도 규제개혁 과제에 포함됐다. 자치단체마다 재원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데 법률에 규정된 지방세조차도 규제라고 여겼나 보다. 뿐만 아니라 교육여건이나 자연환경 악화를 막기 위한 규제도 아무런 대안 없이 해제해 달라고 했다. 지자체의 이런 막무가내식 규제 해제 추진은 이미 예견된 것이다. 박근혜 정권이 경제 활성화를 가로막는 주범으로 ‘규제와의 전쟁’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1월 25일 국무회의에서 “일자리 창출과 투자 가로막는 규제들 한꺼번에 단두대에 올려 처리할 것”이라고 했다. 상반기에는 “쓸데없는 규제는 우리가 쳐부술 ‘원수(怨讐)’, ‘암덩어리’” 라고도 했다. 대통령이 이처럼 과격한 표현까지 쏟아내며 규제개혁을 강조하고 있는데 지자체에 가해지는 압력이야 어련하겠는가. 그러니 이것 저것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건수 채우기 식의 규제개혁 과제를 늘어놓은 것이리라. 

박근혜 정권의 규제개혁은 곧 규제완화며 규제해제다. 기업이 규제때문에 투자를 하지 않으니 규제를 없애면 투자가 늘어날 것이고 그러면 일자리도 늘어날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런데 규제해제와 경제 활성화간 어느 정도의 상관관계가 있는지에 대한 논의는 접어두고라도 과연 규제를 뿌리 뽑아야 할 악(惡)으로 치부해도 되는 걸까? 이미 나쁜 것을 뜯어 고치자는 개혁으로 포장돼 있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규제가 국민들의 생활에 불편을 주고 기업의 투자를 가로막는 요인이 된다면 없애야 마땅하다. 또 행정기관과 공무원들이 자신들의 입지 강화를 위해 존치시키는 규제라면 폐기해야 한다. 

이런 ‘나쁜 규제’는 하루속히 정리해야 하지만 규제 중에는 꼭 필요한 ‘착한 규제’도 많다. 한정된 자원과 재원을 지키거나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들이다. 정부의 규제개혁은 환경, 교육, 노동, 금융, 재정 등 기업이 원하는 거의 모든 분야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핵심은 환경규제와 입지규제다. 환경규제는 수질이나 대기, 토양 등 자연환경 훼손을 막기 위한 것이고 입지규제는 토지이용, 균형발전, 환경보존 등 중요한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다. 

규제를 해제한다는 것은 기업이나 투자여력이 있는 부자들에게는 엄청난 혜택이다. 환경과 토지는 공공의 자산으로 현재 살고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미래세대의 것이기도 하다. 또 환경자산이 훼손되면 복구하는데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고 대부분 국민들의 세금으로 충당된다. 규제 해제로 혜택을 받는 부류와 피해를 보면서 나중에 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 집단이 다르다.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가로막는 불필요한 규제는 당연히 없어져야 한다. 그러나 생태환경 보존, 국민의 안전과 사회적 약자 보호, 경제민주화, 지역균형발전 등 공공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착한 규제는 오히려 강화돼야 한다. 

규제개혁을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옥석을 구분하는 것이 먼저 할 일이고 또 중요하다. 규제개혁이 공공의 재원을 낭비하고 환경파괴를 일으키는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과 닮은꼴이 돼서는 절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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