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원의 위상을 높이는 일
문화원의 위상을 높이는 일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4.11.23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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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연지민 취재3팀장 <부장>

충북문화예술포럼은 지난 21일 청주·청원문화원 통합과 관련해 세미나를 개최했다.

청주·청원이 통합하며 민간사회단체의 자율통합을 유도하고 있는 가운데 45개 단체 중 마지막 미통합 단체로 남은 문화원 통합 여부를 토론하는 자리였다. 

오는 12월까지 단체간 통합 마무리를 앞두고 있지만, 통합과 관련한 논의가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한 가운데 열린 문화원 관련 토론회에는 청원문화원 관계자들만 참석하고 청주문화원 관계자들은 보이지 않았다. 

이번 토론회가 통합 반대에 무게가 실린 탓도 있겠지만, 청주문화원장과 청주문화원의 이견이 표출된 것 아니냐는 심증을 지울 수 없다. 

이는 송정화 청원문화원장이 “청주문화원 이사들은 통합을 희망하지만, 류귀현 청주문화원장은 통합을 원치 않고 있다”며 내부문제를 지적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원장은 통합을 원하지 않는데 이사들이 통합을 원해서 어쩔 수 없이 통합에 찬성했다는 말이고 보면 결국 자리가 문제였음을 우회적으로 시사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송정화 원장은 이날 “2개의 문화원이 존치한다면 당장 문화원장 자리를 내놓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통합 반대가 자리싸움으로 비치는 것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한 것이지만 이 역시 통합 논의를 하지 않겠다는 말과 별반 다르지 않다. 법적으로 한개의 문화원만 지원할 수 있는 조례를 앞에 두고 두개의 문화원 존치를 주장하는 것은 엎어치나 메치나 결론은 같기 때문이다.

민간단체가 자율통합할 수 있는 준비기간이 3년이나 있었음에도 양측이 공식적으로 단 한번도 통합과 관련한 자리가 없던 것을 보면 애초부터 통합의 의지가 없었던 걸로 보인다. 아무런 논의없이 팽팽하게 주장만 펼치다 통합 시한인 막다른 길에 서 있는 셈이 되었다.

그럼에도, 이번 문화원 통합관련 토론회는 여러 가지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통합을 할 것이나 말 것이냐 하는 단순한 차원의 문제 해결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지혜를 모으면 새로운 방안도 도출할 가능성도 보여줬다. 이러한 가능성은 문화원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보여준 청원문화원 관계자들의 모습에서 역력히 찾아볼 수 있었다. 

양측 문화원이 통합할 때 우려되는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 머리를 맞댄다면 통합의 실마리도 쉽게 가닥을 잡아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소외된 지역에 더 많은 예산을 지원하고, 마을의 문화적 속성을 담아낼 연구와 자료를 수집하고, 지역민들의 사랑방 구실을 할 수 있는 문화원으로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한다면 통합이 걸림돌만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다. 

또 문화원의 존치를 원하는 애정으로 문화원의 역할과 제 기능에 대해 논의한다면 두개 문화원뿐이 아니라 네개의 문화원 조성도 확대해 갈 방안도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통합이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문화원 현실을 고려해 이두영 충북경제사회연구원장이 주장한 공동원장제도 검토할 만하다. 공동원장이 힘이 합해 문화원의 단기와 중기 계획을 수립함으로써 변화하는 도시규모에 맞는 문화원을 조직하고 다양한 지역문화를 진흥시켜나가는 방안을 고민한다면 문화원의 위상도 높아질 것이다.

법적단체인 문화원은 다른 민간단체와는 다르다. 지원도 보장되고 그만큼의 책무도 부여된다. 

지역문화 못지않게 지역민이 화합할 수 있는 공동체로서의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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