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데이
사과 데이
  • 변정순 <수필가>
  • 승인 2014.11.09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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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변정순 <수필가>

시월 이십사일은 사과 데이다.

학교폭력 대책 국민협의회를 비롯한 시민단체가 학생, 교사,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화해와 용서의 운동을 벌이자는 취지로 정한 날로 매년 10월 24일이다. 24일은 둘(2)이 사(4)과하고 화해하는 날로, 말로 사과하기 다소 멋쩍은 사람이‘나로 인해 마음 아팠을 사람’에게 사과(Apple)를 통하여 사과의 마음을 전하는 날이다.

지난달 우리학교에서도 또래상담활동으로 전교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요즈음 학생들은 자신의 마음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거나 표현하는 능력이 부족하여 원만한 대인관계 형성에 어려움이 되고 있다. 아니 요만 할 때는 당연 한 건데 어른들은 아이들의 인지나 행동을 어른처럼 행하길 원한다. ‘사과 데이’는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실수나 사소한 오해 등에 대해 먼저 사과하고 감사함과 고마움을 전달함으로써 서로의 소중함을 느껴 볼 수 있는 시간이다.

우리는 맨 먼저 홍보 포스터를 만들기로 하였다. 색표지에 사과는 한지를 찢어 붙이고 색연필과 색종이 여러 가지 문구로 완성하여 이젤에 놓아 양쪽 복도에 전시하고 각 교실에 붙여 홍보하였다. 홍보를 통해 일단 교내 화해와 소통의 분위기를 조성해놓고, 과수원에서 금방 딴 싱싱한 사과를 구입하여 사과를 몇 번 씻는 일, 포장 하는 일, 모두 학생들과 같이 준비를 하였다. 사과와 같이 친구에게 전해줄 편지도 써서 준비하였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친구에게는 익명으로 격려의 편지를 쓰게 했고 자발적으로 참여를 하게 하였다. 

당일 날 등교 시간부터 학생부의 도움을 받아 또래상담자, 학생부 교사들 및 수석교사와 함께했다. 교문에서 사과 데이 포스터와 어깨띠를 두르고 학교폭력예방캠페인을 진행하였고, 각 반에는 또래상담자들이 사과를 전달하여 담임선생님의 진행으로 학급행사로 연결되었다. 학생부장이 담임인 학급의 행사는 사진으로 보니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한사람씩 앞으로 나와서 사과할 친구를 불러 미안하단 말과 함께 사과를 주면서 서로 안아주고 반 학생 전부 화해하고 감사하는 시간을 가졌다고한다. 그간 마음에 쌓아두었던 감정을 이야기 하는 소통의 장으로 학급 분위기를 친밀하고 아름답게 이끌어주신 선생님이 참 고마웠다.

친구 간에 말다툼하고 토라진 친구들이 다시 친하게 지내고픈 친구, 과중한 업무로 스트레스도 많지만 교사간의 안 좋은 감정을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던 교사, 이번기회에 편지글과 예쁘게 포장된 사과와 함께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길 바랐다. 아이들은 자신의 친구관계를 돌아보고 그리고 교직원간에 더 좋은 관계를 개선하고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길 간절히 바랐다. 

과일을 별로 즐기지 않는 난데 왠지 그 과수원집 사과 맛이 군침이 돈다.

색깔도 맛도 매력적인 사과는 가을을 향유하는 최고의 과일, 이름만 들어도 새콤 달콤 맛이 끝내주는 듯하다. 건강을 위해 더 챙겨 먹어야할 사과 그리고 나의 거친말투에 마음 아팠을 이들을 하나씩 떠올리며 내 마음은 바삐 사과밭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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