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에선 잠만 자는 외국인 여행객
천안에선 잠만 자는 외국인 여행객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4.10.27 1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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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부국장<천안>

충남 천안시 동남구 성남면 종합휴양지로 200번지, 경부고속도로 목천 톨게이트 바로 옆에 테딘패밀리리조트가 있다. 

지난 2010년 문을 연 이곳은 최신 시설의 물놀이시설(테딘워터파크)과 콘도미니엄, 스파 등을 갖춰 최근 가족 단위 휴양지로 인기가 높다. 

중부권에서 거의 유일한 대규모 위락시설(3만㎡) 인데다 워터파크와 리조트, 테마형 스파를 함께 갖춰 ‘원스톱 힐링’이 가능하다는 점, 또 하나는 가장 최근에 지어진 덕분에 전국 어느 패밀리리조트 못지않은 최신 시설을 갖췄다는 게 장점이다.

이곳에 최근 동남아권 외국인들의 방문이 부쩍 늘었다 한다. 리조트측에 따르면 이곳을 방문하는 외국인 수는 연간 2만 3000여 명, 하루 60여 명 꼴이다. 

가장 방문객이 많은 나라는 대만이며 그다음으로 중국,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권이 대부분이다. 

이들의 방문은 리조트의 매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전체 매출 기준 약 10% 비중을 이들 외국인의 숙박비가 차지한다고 하니 무시 못할 반가운 관광객들이다.

그런데 이들 외국인의 천안 방문이 정작 지역 경제엔 아무론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외국인 투숙객이라면 당연히 체류지에서 관광하면서 돈을 풀 줄 알았는데 속사정을 알고 보니 생각과는 전혀 다르다.

이들 외국 관광객은 거의 전부가 와서 잠만 자고 가는 손님들이다.

대만에서 패키지여행을 오는 사람들이 전체의 80%를 차지하는데 이들은 모두 잠깐 와서 리조트에서 하루를 묵고 새벽에 떠난다.

보통 밤 10시 이후, 심지어는 자정이 지나서 도착해 리조트에서 묵고는 새벽 일찍 서울로 출발한다. 그 좋다는 리조트의 필수 코스인 워터파크나 스파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와서 잠깐 눈을 부치고 서울로 쇼핑 관광을 떠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유는 별것 없었다. 이들 관광객을 끌고 온 외국 저가 패키지 여행사의 일정 때문이다. 

서울에서 숙박할 경우 ‘무지막지한’ 호텔비를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비교적 서울과 가까운, 차로 1시간 거리인 천안-더구나 테딘패밀리리조트는 경부고속도로에 바로 인접해 있다-의 싼 숙소를 잡은 것이다.

대만 여행사들은 대부분 여행 일정을 서울 등 수도권에서의 쇼핑과 관광으로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명동과 남대문시장, 동대문의 뉴타운에서의 쇼핑, 경복궁과 남산 관광이 3박4일 패키지의 주 프로그램이다.

서운한 건 천안을 비롯한 주변의 관광지나 명소들이 이들 외국 관광객으로부터 외면을 받았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곳이 독립기념관. 일제에 원한이 사무쳐 있는 중국이나 대만 여행객이라면 의당 들러봐야 할 곳임에도 코스엔 아예 빠져 있다. 

충북 제천시와 단양군이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중국 여행사 20곳의 대표들을 초청해 팸 투어(Familiarization Tour, 사전답사여행)를 개최했다. 중국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이들 두 지자체는 수년 전부터 인근 경북 봉화군, 영주시, 강원도 영월군과 평창군과 손잡고 ‘중부내력중심권 행정협력회’를 결성하고 중국은 물론 홍콩, 일본 등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수시로 팸 투어를 하고 있다. 

외국 여행사 초청 팸 투어 개최 실적이 전무한 천안시가 새겨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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