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직구 자초한 기업들
해외 직구 자초한 기업들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4.10.1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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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부국장<천안>

MBC가 지난 일요일 간판 시사 프로그램인 ‘시사매거진 2580’을 통해 ‘국내에서 사면 바보?’라는 20분짜리 영상물을 방영했다.

우리나라 TV의 해외 직구(직접 구매) 실태와 원인, 문제점 등을 짚어보는 내용이었다. 실상을 보니 놀라웠다. 

한국에서 인터넷 최저가로 180만원인 55인치 TV는 미국에서 74만원에 불과했으며, 89만원짜리 42인치 TV는 43만원에, 678만원짜리 65인치 곡면 울트라TV는 미국에서 299만원에 팔리고 있었다. 

거의 모든 TV 가격이 미국보다 한국이 2배 이상 비쌌다.

동일 모델, 또는 서로 비슷한 모델의 TV를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직접 구매할 경우 항공 배송료와 관세, 보험료를 추가로 내더라도 한국에서 팔리는 가격에 비해 거의 절반값에 살 수 있었다.

문제는 독과점이었다. 한국 시장을 양분한 삼성, LG 두 가전사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우리나라 소비자를 대상으로 폭리를 취하고 있었다.

이는 결국 소비자들의 저항을 불러왔다. 그 수단이 미국에서 직접 TV를 사들이는 ‘해외 직구’다. 추이를 보면 심각(제조사들의 입장에서)할 정도다. 

2011년 184대, 2012년 228대에 불과했다가 갑자기 2013년 3450대, 올해 8월 말 현재 1만8000대로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연말까지 족히 2만5000대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이 추세라면, 2~3년내 10만대 돌파도 무난(?)해 보인다.

더 심각한 건 이 상황이 비단 TV에 그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신혼부부나 이사를 앞둔 가정 등 1000만원대 이상의 다량의 가전제품을 사야 하는 ‘초우량 VIP 고객’들 마저 해외 직구에 눈을 돌리고 있다.

TV,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오디오 등 1000만원대 혼수용 가전제품을 미국에서 반값에 사서 배로 운송해 들여오면 적어도 300~400만원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해외 대량 직구를 고려중인) 이들의 생각이다.

자업자득이라지만 이같은 상황이 실제 전개되고 확산된다면 큰 문제다. 

가전제품을 해외 직구 하는 소비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 국내 생산 기반이 붕괴되고 이는 곧 공장 폐쇄와 해외 이전을 불러온다. 

제조 섹터는 물론 유통 산업도 붕괴돼 일자리를 잃는 사람이 속출하는 등 국내 산업 전 분야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어제 국회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산 고가 스마트폰이 도마에 올랐다. 

미국에서 2년 약정 시 30만원에 살 수 있는 갤럭시노트4를 한국 소비자들이 80만원에 사야하는 웃지 못할 현실이 지적됐으나 아무런 대안도 나오지 않았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과 LG가 독과점하고 있으나 최근 ‘쥐꼬리 보조금’만 지급하는 이동통신사의 고가 정책에 발이 묶여 판매가 매우 부진한 상황. 이 틈새를 중국산 스마트폰들이 노리고 있다.

샤오미, 홍미 등 국산 신형 스마트폰에 견줘 손색이 없고 가격도 20만~30만원대로 저렴한 중국산 스마트폰이 해외 구매 대행 사이트에서 날개돋친 듯 팔리고 있다. 

TV에 이어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자국 소비자에게 외면받는 국내 기업들. 이런 지경인데도 여전히 꿈적도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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