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만나다
가슴으로 만나다
  • 김혜식(수필가)
  • 승인 2014.10.12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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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의 가요따라 세태따라
김혜식(수필가)

희망을 갖는 삶은 분명 신명나는 일이다. 오늘의 역경을 헤쳐나갈 수 있는 것도 내일에 대한 희망이 있기에 가능하다. 나의 삶이 타인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힘이 된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많은 양의 원고 퇴고로 몸은 파김치가 되어가지만 마음만은 마냥 뿌듯하다. 열성적으로 배우겠다는 수강생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들이 제법 가치 있는 저마다의 저서를 발간하게 되었으니 이보다 더 기쁜 일이 없다.

올해로 8회째 맞는 ‘청주시 1인 1책 펴내기 사업’의 강의는 그래서 신나고 보람을 느낀다. 청주시 소재 주민센터와 도서관 등에서 주관하는 이 사업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청주시에서만 하고 있는 사업이다. 시민이라면 누구나 책을 발간할 수 있으며 이에 따른 비용의 일부를 후원해 주고 있다.

청주시장으로부터 위촉받은 정식강사가 22명이다. 대다수가 많은 저서와 역량을 갖춘 문인들이다. 글쓰기에 문외한인 대부분의 수강생들에게 글을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다. 

주 3시간. 이들과의 만남도 6개월이 넘는다. 필자의 경우 처음 개강할 때는 단 한명의 수강생도 없어 고민이 컸었다. 그러나 수업 횟수가 거듭될수록 인원이 늘어 이젠 여러명이 수강을 받는다. 중도 포기자도 있다. 나는 중도에 포기한 이들과 종종 연락을 하며 글쓰기를 독려하곤 한다.

글을 쓴다는 것은 쉽지 않다. 참으로 쉽지 않다. 선천적인 바탕에 집념이 강해야 된다. 밥을 먹다가도 심상(心想)이 떠오르면 메모를 하고 슬픔에 잠겨 눈물을 흘리면서도 원고지의 여백을 메울 용기와 정서가 있어야 한다.

수강생 중에는 돈벌이를 포기하고 오직 글쓰기에만 몰두하는 열성파가 있다. 초로의 나이인 그녀는 단 한 번의 결석도 없이 강의실을 찾는다. 그리고 30여편의 글을 썼다. 그녀는 다른 고장에서 살다가 2년전 청주로 이사를 왔다. 이사 오기를 참 잘했다며 만날 때마다 얼굴에 웃음을 짓는다. 그녀는 병든 남편과 자영업을 하는 아들 내외와 힘겹게 살고 있다. 아직은 건강한 체구라 돈벌이를 할 기회가 있었지만 포기한 채 ‘청주시 1인 1책 펴내기 사업’에 동참하고 있다. 

자신의 이름 석자를 담아 수필집을 발간한다는 희망이 물질의 유혹도 삶의 고통도 너끈히 물리치는 듯했다. 이와 같은 수강생이 있기에 강의 시간이 피곤하지 않은 터다. 

눈만 뜨면 수많은 사람과의 만남이 이루어진다. 이문 남는 일만 좇는 만남도 그 속에 있다. 잇속을 눈 저울질하여 필요에 의한 관계를 맺는 게 현대사회다. 그러나 청주시 1인 1책 수강생들과의 만남은 특별하고 소중하다. 비록 강사와 수강생과의 만남이지만 삶의 궤적을 한 권의 책에 담아내게끔 가르친 스승과 제자지간이라는 점에서 이 만남은 남다른 만남이라 할 수 있다.

오늘도 몇 시간 후면 그들과 만나게 된다. ‘만남’이라는 좋은 노래를 그들과 함께 가슴으로 불러보련다.

11월 14일은 9개월의 강의가 마무리되는 날이다. 수강생들은 졸업의 숙제인 책자를 발간하게 된다. 그동안 그들의 작품을 읽으며 너무나 진솔한 이야기에 웃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들과의 인연은 내가 눈 감을 때까지 잊을 수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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