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대 사태, 한번 냉정하게 따져 봅시다
청주대 사태, 한번 냉정하게 따져 봅시다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14.08.28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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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一筆
청주대에 따라다니는 ‘한수(漢水) 이남(以南)의 최고(最古) 사학’이라는 말은 다른 뜻이 아니다. 말 그대로 한강의 남쪽에 생겨난 최고 오래된 사학이라는 의미다.

물론 한강 북쪽으로 상징되는 수도권 외에서 전국적으로 보면 청주대보다 먼저이거나 혹은 동시대에 설립된 대학은 더러 있다. 하지만 청주대가 청주상과대학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1946년만 하더라도 한강에 근접한 남쪽의 사립대학은 청주대가 가장 오래다. 그러기에 68년이 지난 지금에선 청주대는 당연히 국내 최고의 명문사학으로 컸어야 정상일텐데 목하 사정은 영 딴판이다.

정부재정지원 제한 대학이 된 것을 계기로 학교 구성원은 물론 지역사회가 들끓고 있다.

김윤배 총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3류 대학에나 적용될 이번 평가결과는 분명 도민들에게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은 그동안 파행을 거듭하던 청주대가 드디어 그 여정(旅程)의 방점을 찍었다고도 한다.

만약 이러한 일이 일반 사기업에서 벌어졌다면 그 책임자의 퇴진은 당연하다.

물론 이번 일과 관련해 그 1차적 책임은 김윤배 총장에게 있다. 일부 언론이 김 총장에 대해 표현한 ‘사면초가’라는 말이 이를 그대로 반영한다. 지난해 학내 구성원들과 지역사회 양심 세력들의 극구 반대에도 불구, 자신의 4선 연임을 밀어붙인 이상 김 총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

사실 지난 3월 총동문회장 선거에서 김윤배 총장 측이 자기 사람을 세우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지만 반대파인 경청호 현 회장이 덜컥 당선될 때부터 지금까지 누려온 ‘김 총장 시대’에 이미 빨간불이 켜졌다. 경 회장은 총동문회장 도전 훨씬 이전부터 “모교인 청주대만 생각하면 자존심이 상한다”고 주변인들에게 설파하고 다닐 정도로 현 김 총장 체제의 학교운영에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낸 대표적 인물이다. 전국적인 비교평가에서 청주대의 위상이 대책없이 추락하고 있다는 게 그 이유였다. 때문에 이번 재정지원 제한 대학 명단 포함은 김 총장에겐 엎친데 덮친격이 됐다.

그렇다면 모든 책임을 학교 측과 김 총장만이 지어야 하는지는 좀 더 냉철하게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청주대가 지금의 난맥상에 휘말리기까지는 이른바 조연들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선 이제까지 ‘후손들의 싸움’으로 비쳐지고 있는 설립자 가족들의 역학관계다.

잘 알다시피 청주대의 모체인 청석학원 설립자는 김원근(청암) 김영근 (석정) 형제였다. 각각의 아호를 따 ‘청석’으로 칭하며 공명정대한 창학의 이념을 밝혔지만 이후 지금까지 청석학원의 운영은 현 김윤배 총장에 이르기까지 청암의 직계에 의해 독식됐다.

최근에야 김 총장 부친의 사망을 계기로 동생인 석정계 후손들이 지분 보장과 학교운영 참여를 요구하며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이것 자체가 너무 뜨뜻미지근한 바람에 괜히 실속없는 분란만 일으킨다는 여론이 팽배하다.

같은 설립자 후손으로서 학교 운영의 독단에 제재를 가하겠다면 좀 더 확실하게 대립각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잊을만하면 변죽만 울리다가 그치고 마는 식의 행동은 학교 정상화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주변 얘기를 당사자들은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청주대가 어느덧 사유화 되어가고 있다는 비난에서도 석정계 후손들 역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또 한가지는 지역 언론의 문제다. 청주대가 현재의 위기를 당하기까지 어찌 보면 지역언론은 공동정범이나 다름없다.

대학에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언론은 이를 정상화 시키기 위한 분명한 견제와 비판을 제시하지 못하고 소위 자사이기주의에 매몰돼 되레 휘둘리기 일쑤였다. 여론과는 정 반대의 논리를 펴며 대학의 부도덕함을 끼고 도는 이성의 역주행도 서슴지 않았다. 한마디로 비굴했던 것이다.

어차피 학교 스스로는 혁신하고 변화하는데 한계가 있다. 이 학교 보직교수들이라고 해봤자 총장 앞에서 기를 못펴는 것으로 이미 정평이 나 있다.

다만, 한가지 방법은 있다. 지금처럼 학교 구성원들이 중구난방으로 목소리를 낼 게 아니라 대학 측을 포함한 모든 구성원들의 대표자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만들 것을 제안한다. 대학 측이 이것마저 거부한다면 그땐 극단적인 방법밖에 없다. 본격적인 총장 퇴진운동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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