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으로 돌아가자
일상으로 돌아가자
  • 임성재 기자
  • 승인 2014.06.04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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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임성재 <프리랜서 기자>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지 51일이 되었다. 지난 3일은 안산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49재 집회가 열렸다. 50일이 넘는 시간이 흐르고 있으나 아직도 16명의 실종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세월호 참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엔 많은 대형사고들이 있었다. 1994년 10월 성수대교 붕괴, 1995년 4월 대구지하철공사장 폭발, 1995년 6월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와 우리지역에서도 1993년 1월 우암상가 붕괴, 1994년 10월 충주유람선 화재사고 등 대형 사고들이 있었지만 국가의 총체적인 문제를 드러내면서 3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번 세월호 참사는 그 어느 사건 보다 국민들에게 깊은 충격과 슬픔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국가의 의미를 되묻게 하는 사건이었다.

6·4지방선거가 끝났다. 세월호 참사의 영향으로 가장 조용한 가운데 치러진 이번 지방선거에는 여러 가지 변수들이 등장하면서 예측하기 힘든 선거를 치렀다. 새정치민주연합이 탄생했고, 우리나라 선거사상 처음 실시된 사전투표제가 시행됐다.

무엇보다도 세월호 참사로 대두된 국가의 무능함과 위기대처 능력, 뿌리 깊은 부정의 고리 관피아 문제, 앵그리맘(고등학생을 둔 사오십 대 학부모)의 정권심판론 그리고 공영방송 KBS 사태 등이 국민의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가장 큰 변수였다. 어쨌든 선거는 끝났다.

세월호 참사이후 슬프고 화나고, 이 나라의 어른임이 죄스러운 50일을 보내면서 우리는 세월호 희생자의 49재와 6·4지방선거를 치렀다. 이를 계기로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자고 말하고 싶다. 아직도 16명의 실종자를 찾지 못했고, 합동분향소를 찾는 국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지만 언제까지 추모하고 슬퍼하고 분노만 하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던 9·11테러로 미국 국민들이 큰 상처를 받고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 사건 발생 1주일 만에 부시 대통령과 줄리아니 뉴욕시장은 미 국민들에게 일상으로 돌아가자고 호소했다. 국민들은 더 이상 슬픔과 실의에만 빠져있지 말고 일어나 깊이 새겨진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면서 생업에 힘써달라는 것이었다. 정부도 또한 일상으로 돌아가 국민의 아픔을 어루만지며 복구 작업과 다시는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테러방지 대책을 세우는 등 국가가 해야 할 역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

런데 우리는 세월호의 아픔을 씻고 일상으로 돌아가 달라는 호소를 듣지 못했다. 어느 누구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인지 모른다. 하지만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자.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은 16명의 실종자를 남긴 채 지금도 침몰하고 있는 세월호 참사를 가슴에 묻고 잊자는 것이 아니다. 세월호와 같이 전복됐던 우리의 일상을 복원하여 냉정을 찾는 일이다. 그리고 선거로 들뜨고 분열됐던 마음을 합쳐서 올바른 나라를 만드는데 힘쓰는 일이다. 시간의 흐름 속에, 선거의 열기 속에, 다가올 월드컵의 흥분 속에 세월호 참사를 기억의 저편에 묻고 싶어 하는 세력과 사람들을 냉철함으로 경계하는 일이다.

“반복되는 경제 위기는 예방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망각하기 때문”이라고 했던 어느 경제학자의 말처럼 잊지 않기 위해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가자. 슬픔을 내려놓고, 미안함을 내려놓고, 죄스러움을 내려놓고 실종자 16명의 시신을 끝까지 찾아내는지, 세월호 참사의 진상조사는 제대로 이루어지는지, 죄지은 사람들이 제대로 벌을 받는지, 특별법은 제대로 만들어지는지 눈을 부릅뜨고 지켜야 한다.

그리고 우리지역은 안전한지도 따져봐야 한다. 지방선거후 예산타령 속에 안전문제가 슬그머니 사라지지 않도록 잘 살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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