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인허가, 이대로 좋은가
개발 인허가, 이대로 좋은가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4.03.31 2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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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연지민 취재3팀장 <부장>

눈길 닿는 곳마다 꽃들이 만발이다. 무심천에, 산성에, 집앞 뜰에 갖가지 꽃들이 앞다퉈 피어난다. 무덤덤해 보이던 계절이 이리도 한꺼번에 꽃 빛으로 채워지는 것을 보면 자연의 섭리는 경이롭다. 봄의 생동감에 외출이 잦아진다. 산과 들의 유혹에 봄 나들이객이 부쩍 늘어난다.

하지만 복잡한 청주 도심을 빠져나오면서부터 만나게 되는 주변의 모습은 실망스럽다. 꽃 빛은 찾아보기 어렵고 산과 들은 곳곳이 깎이고 뭉개져 벌겋다. 전원주택 바람이 불면서 도심 주변의 산과 언덕은 지리적 위치에 상관없이 택지로 전환돼 전원주택지로 분양을 준비 중이다.

산이 높으면 계단처럼 깎아 층위를 두고 정비해 집터로 만들고, 가파른 절벽은 콘크리트로 옹벽을 쳐 토대를 구축한다. 답답한 아파트에서 벗어나 자연에서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로망이었던 전원주택은 이제 자연을 훼손하는 주범이 됐다. 사람의 편리한 입맛에 맞춰진 전원주택은 더 이상 전원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도시 경관을 해치고 있는 것이다. 도로변일수록, 경관이 좋을수록 큰 산 작은 산 할 것 없이 사라지고 있다. 전원주택지 개발 열풍으로 마치 도시 전체가 공사현장으로 변한 듯하다. 

오는 7월 통합을 앞둔 청주와 청원 지역은 더 심각하다.

도시와 농촌 주거형태가 많이 남아있는 청원군의 경우 통합청주시 편입으로 인한 프리미엄으로 개발이 한창이다. 도심 외곽으로 저렴한 땅값과 전원 풍광으로 선호도가 높은 것도 개발 열풍의 이유다. 저런 땅도 전원주택지가 될까 싶은 곳도 여지없이 굴착기에 의해 까뭉개진다.

2014년 봄의 대지는 유난히 붉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산과 들이 깎이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몇 년 후엔 청주 인근에선 작은 언덕을 구경하기도 어려워지는 것은 아닌지 싶을 정도다.

개발 인허가는 어느 특정지역에 한한 문제만은 아니다. 전국적으로 전원주택 바람이 거세다 보니 전 국토가 전원주택지로 개발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월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37.6% 증가했다고 한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1만2320세대로 54.4% 증가했고, 지방은 1만7387세대로 전년동월대비 27.8% 증가했다는 소식이다. 이중 도시형 생활주택은 3815세대 중 지방에 1만7160세대가 지어져 24.9% 늘었다고 한다. 전 국토가 전원주택지 개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개발 인허가는 공장설립으로 불똥이 튀어 청원군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현도면 중삼리에 건립 예정인 주물공장 건립에 주민들은 청원군청 앞에서 항의소동을 이어가고 있다. 항의하는 쪽도 항의받는 쪽도 곤란하기는 마찬가지다. 지자체는 승인 요건이 맞는데 건립 승인을 철회할 수도 없고, 주민들은 생존권과 생활권에 관계되는 일이니 철회를 요청하지 않을 수 없다. 허술한 인허가 규정이 갈등만 초래한 셈이다.

이제 통합 청주시 출범을 앞두고 있는 청주와 청원은 미래 관점의 계획도시 만들기가 필요하다. 허술한 개발 인·허가 규정을 다시 정비하고, 통합청주시가 100만 광역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선 새로운 도시 맵을 구축해야 한다. 특히 녹색도시를 지향하는 청주시는 도시의 난개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미래 도시의 청사진을 세워야 한다. 돈으로 환산된 자연은 보전하기 어렵다. 그러나 훼손된 자연을 복구하기란 더 어렵다. 상생할 수 있는 통합 청주시의 미래상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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