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 말한다
도시가 말한다
  • 김낙춘 <충북대학교 명예교수·건축가>
  • 승인 2014.01.28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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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김낙춘 <충북대학교 명예교수·건축가>

도시가 멀어지고 있다. 도시가 춥다. 언제든 어디든 따뜻한 곳이 있다면 그곳으로 가고 싶다.

도시에서의 불미스러운 요인 중에 하나, 잘 지키지 않는 일이다. 도시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일련의 규제는 많지만 이 또한 잘 이행되지 않고 있다. 불필요한 규제사항도 더러 있으나 점차 해소되어가는 과정임을 이해해야 된다.

왜 우리는 잘 지키지 못하는가 하는 물음에 대한 대답은 ‘아직 멀었다.’ ‘나라경제가 좋아지면 잘 될 것이다.’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등,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로서 자신들과는 무관하듯 남의 일로서 둘러댄다. 하물며 잘 지키는 외국의 예를 들어 말하면 ‘남의나라 이야기다.’ 라고 치부한다. ‘선진국에 비하면 대략 수십여 년 뒤떨어졌으나 여러 해 지나면 우리도 된다.’는 식의 안이한 무 개념적인 후진성 생각을 지닌 사람들의 궤변에는 어이가 없다. 그들이 말하는 선진국이라는 그 나라들은 우리가 뒤 따라 갈 때까지 언제까지나 제자리에 머물러 있을까

질서를 어기는 사람을 나무라면 시비가 일어나는 일에 우울할 때가 많다. 옳고 그렇지 않은 것과의 구별이 뚜렷하지 못한 현실. 조그마한 다툼에서 쏟아내는 저질언어폭력, 무질서가 난무하는 사회적 혼돈, 도시 구석구석에 숨겨져 있는 비문화적 요인 등, 더 이상 어지럽고 흉물스러운 어휘 출현에 고통스럽다. 답답하다. 이 모든 것은 사람들도 도시도 아름다움을 잊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어떤가 지키려는 건지 안 지키려는 건지 지켜지는 것보다 안 지켜지는 것이 더 많지는 않은가 나부터도 지켰던 것 보다 안 지켰던 일들이 더 많았던 것 아닌가 되돌아본다.

잘 지키는 일에는 이유가 있을 수 없다. 특히 공공의 질서는 자기를 위해서도, 많은 사람들의 안녕과 행복을 위해서도 반드시 지켜져야 할 절대적 의무다.

나의 모습이 다른 사람 눈에는 어떤 모습으로 보여질까 좋은 모습으로 보여지려면 나는 어떻게 해야 되나 많은 것 중, 분명한 것. 그 하나는 질서를 잘 지키면 아름다운 사람으로 보여진다. 도시의 얼굴(urban figure)도 이와 같이 되기를 소망한다.

공공의 질서를 지키는 아름다운 사람과 함께 있는 도시에는 고전(古典)의 낭만과 함께 아름다운 추억이 있게 마련이다. 아름다운 도시에서 아름다운 사람들과 같이 산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What a wonderful world’, 가수이자 트럼펫 연주자 ‘루이 암스트롱(Louis Daniel Armstrong)’ 이 부른 구수하고 달콤한 노랫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도시관광에 시간과 경비를 아끼지 않는 것은 생애를 통해 보람 있는 삶을 영위하고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가기 위함이다.

새로운 문명이 창궐하고 문화라는 이름의 꽃이 피는 도시에는 아름다운 ‘도시의 상(像)’이 생성된다. 오랫동안 인간문명의 자연스런 착상에 따라 이상적 '장(場)'으로 이어져온 도시의 출현은 인간의 아름다움으로 축조되어 왔다. 카오스(chaos)가 난무하는 도시에서는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없다. 아름다운 꽃은 질서가 지켜지는 곳에서 핀다. 앞으로의 나날은 희망적이다. 밤이면 맑은 공기를 통하여 빛나는 별을 볼 수 있다.

※ 필진 소개

충북대 정년퇴임 명예교수, 건축가. HKS Inc.(Dallas, Texas. USA)건축회사 설계위원. 저서로 산문집 ‘건축산책’, 칼럼집 ‘아름다운 도시를 걷다’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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