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같은 삶' 정홍희의 인생유전
'바람같은 삶' 정홍희의 인생유전
  • 하성진 기자
  • 승인 2014.01.27 20: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바이오업체 인수합병 관련 세번째 구속
한때 충북 주택건설 대표… 수난 잇따라

마당발 사업 수완… 악순환 고리에 발목

정홍희씨(57·사진)가 또 구속됐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24일 정씨를 배임 등의 혐의로 전격 구속한 후 현재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용인 골프장 사업 등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정씨의 구속은 그가 사업 다각화를 꾀하며 무대를 전국으로 넓힌 2000년 이후 벌써 세번째다.

한 때 ‘덕일건설’이라는 간판으로 충북의 주택건설을 대표하던 그가 연이은 수난의 소식을 전해오자 지역에선 안타까움과 함께 아주 복잡한(?) 반응들을 보이고 있다. 사실 그는 잊을만 하면 구속이라는 갑작스런 뉴스로 지인들에게 소식을 전해 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그러기에 그를 아는 사람들의 첫 반응은 대부분이 “또냐”였다.

이번 구속의 혐의는 그가 스포츠서울 대주주 회장으로 재직할 당시 적자상태인 바이오업체를 인수합병하는 과정에서 주가를 부풀려 그 차액을 챙기는 등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이

와 관련해 검찰이 밝힌 내용은 정씨가 스포츠서울 주식과 경영권을 매각키로 하고 바이오사업에 투자한다면서 이 업체의 주가를 띄우려 했지만 실패하자 범행을 모의했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 사건은 지난해 말 스포츠서울의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불거졌다. 정씨가 실제적으로 지배하던 최대 주주의 주식과 경영권을 120억원에 인수한 후임 지배주주가 주총을 앞두고 자신들의 등기상 주식이 모두 사라진 황당한 일을 접하고 “기업사냥꾼에게 주식을 모두 편취당했다”며 검찰에 형사고소함으로써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했다.

2002년의 첫 구속은 수원지검에서였다. 경기도 용인에 770여가구의 아파트 공동주택을 지으면서 친인척과 지인의 명의로 건축주를 나눠 20가구 이하로 분산 건설하는 편법을 자행했다가 발목이 잡혔다.

당시 주택건설촉진법이 20가구 이상인 경우 사업승인에서부터 상수도 및 편의시설 등에 관해 각종 의무사항이나 규제를 강화하는 것을 피하려 했던 것이다.

2008년 두번째 구속은 그가 제주에 건설한 제피로스 골프장 사업 과정에서의 배임과 횡령이 문제가 됐다. 이 때도 서울중앙지검은 골프장 건설과 회원권 분양의 회계부정 및 탈세를 걸어 그를 구속했다. 이 사건의 와중에 엉뚱하게도 정씨로부터 골프장 법인카드를 받아 사용한 현직 검사가 드러나는 바람에 한참동안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다.

흥미로운 사실은 세번에 걸친 정씨의 구속이 모두 정권 교체기에 일어났다는 점이다. 때문에 사건이 터질 때마다 당시 정권의 실세와 관한 로비 및 청탁 의혹이 불거졌으나 대부분 ‘태산명동 서일필’로 끝났다.

정홍희씨는 가까운 지인들까지도 놀라워할 정도로 역동적으로 사업영역을 넓혀 갔지만 결과는 늘 녹록지 않았다.

제주에 로드랜드와 제피로스 골프장을 건설해 한 때 충북의 주말골퍼들조차 제주투어에 익숙케 했던 골프장 사업은 2008년 구속 이후 사양길로 접어들어 두 골프장 모두 법정관리와 공매처분의 신세가 됐다.

과거 충북은행 사외이사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2002년엔 지금의 청주 하나로저축은행을 인수해 금융업에 뛰어들었지만 이 또한 그의 갑작스런 구속으로 더 이상 빛을 발하지 못했다. 스포츠서울 인수로 언론에까지 보폭을 넓힌 그는 민방 초기엔 이 사업에도 욕심을 부렸다. 이 밖에도 그는 실버타운이나 대규모 위락레저타운 등을 입에 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정홍희씨의 잇따른 사법처리에 대해 그를 잘 아는 지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사업방식의 구태(舊態)를 지적한다.

한 지인은 “누구보다도 사업에 있어 비상한 머리를 가졌다. 그런데 사업방식은 여전히 말뚝만 하나 꽂으면 아파트를 지을 수 있었던 8, 90년대 발상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로비나 청탁 등을 통해 알게 된 사람들한테조차 이용만 잔뜩 당하고 결정적인 순간에 팽 당하는 일이 벌어진다. 나로선 그 친구를 볼 때마다 마치 바람같은 삶을 산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아닌게 아니라 그가 제주에 건설한 골프장 ‘제피로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바람의 신을 뜻한다. 그것도 그가 사업을 벌이면서 늘 맞이했을 법한 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다스리는 신이다.

과연 그가, 이번 구속을 계기로 그 바람을 어떻게 다스릴 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래도 사람들은 한 때 골프장 3개와 건설사 4개, 스포츠신문 1개 등을 보유했던 그의 사업수완은 여전히 인정하고 싶어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