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날레와 청년실업
비엔날레와 청년실업
  • 정규호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비엔날레 부장>
  • 승인 2014.01.16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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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정규호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비엔날레 부장>

사람은 원래 잘 잊는다.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늘 가슴 속에 품고 있을 법한 일들도 곰곰히 따지고 보면 자기 편한 대로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아니면 제 스스로가 아름답게 꾸미거나, 그런 순간과 장면만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재미있는 일도 거듭 되풀이되면 시들해지면서 흥미를 잃게 되는 것이 사람의 심리다. 심지어 극단의 고통일지라도 그것의 강도와 횟수가 변하지 않은 상태를 계속하게 되면 둔감해지게 마련이다.

세상은 자기가 절실히 필요하거나 자기 욕구 충족에 해당되는 분야에 대해서만 피터지게 열을 올릴 뿐, 그밖의 것들에 대해서는 무덤덤하게 반응한지 이미 오래다.

예를 들어 변화무쌍한 대학입시 제도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고3 자녀를 둔 전업주부인데, 그들 역시 그 힘든 기간을 벗어나면 깡그리 잊어버리기 일쑤니 입시제도 개혁은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는다.

세대간 계층간의 격차가 더 심해지고 소통을 가로 막는 담장이 더욱 높아지는 요즘 세태는 더 곤란한 지경에 빠지고 있다. 저마다 제 실속 차리기에만 급급하지 다른 사람은 도통 안중에도 없으니, 당장 닥쳐 올 미래를 함께 걱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가당키나 할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절대로 내려놓아서는 안될 걱정거리가 벌써 수년째 게속되고 있으니, 바로 청년실업 문제다.

청년실업, 이를 자탄하거나 비하하는 표현방식으로 등장한 이태백이거나 사오정같은 이야기는 이제 별다른 자극이 되지 못한다. 아니 본인을 중심으로 주변에 이런 일이 없으면 도대체 무의식으로 일관하거나 심지어 편한 일만 찾는 요즘 젊은이들의 안이한 세태만을 나무라는 무책임에서 한발짝도 더 나가지 못하고 있다.

청년 고용율이 사상 최저치를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 안타깝다. 30%대로 떨어졌고, 청년세대의 실업율도 2010년 이후 3년만에 8%에 달할 만큼 높아졌다는 것이다.

지난 해 15살 부터 29살에 해당되는 계층의 청년들이 확보한 일자리는 2012년에 비해 무려 5만명이나 줄었다.

당장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은 가속화되는데 이를 뒷바침할 청년들이 경제활동을 못하고 있으니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아직 우리 사회는 청년실업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구조적 모순을 고칠 생각을 별로 하고 있지 않는 듯하다.

원하기만 하면 누구나 진학할 수 있을 정도로 대학은 넘쳐나는데 그 많은 대학생들을 제대로 담을 그릇의 크기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대학 역시 환골탈태, 미래를 걱정해야 함에도 그저 입학 정원이 줄지않기 위한 미봉책만 있을 뿐 진정어린 고민의 흔적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지난 2012년 부터 2013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를 기획하면서 나는 비엔날레에 교육적 가치와 효과를 높이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폐과의 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기초 예술분야 학과의 곤란한 처지를 도와줄 수 없을까 하는 고민에서 비롯됐다.

대학의 (미술관련)예술학과들은 여전히 작가 양성 위주의 커리큘럼에 큰 변화를 주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기껏해야 정규 학교의 미술교사가 되거나 학원선생 위주였던 직업의 세계가 크게 다양해 졌다.

성공적인 비엔날레를 위해서만도 전시감독을 비롯해 전시분야별 디렉터, 큐레이터, 코디네이터, 도슨트 등 전문성을 갖춘 인재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게다가 예술기획과 예술행정 등 미술과 공예 관련의 선행학습을 이수한 청년인력과 함께 일할 수 있음은 더욱 고무적인 일이다.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조직위원회는 행사를 준비하면서 이들 인력을 지역 대학에서 충원하기로 하고, 청주대와 MOU를 체결해 여름방학에 계절학기를 개설하는 등 철저한 사전 준비를 했다.

그 결과 조직위는 학생 9명을 도슨트로 채용해 급여를 지급함은 물론 학교측과 협의를 거쳐 학점도 인정해 주는 방안을 마련했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이루어지는 것은 경제의 당연한 원리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어려운 청년들의 처지를 공감하기는 커녕 외면하면서 변화를 망설이고 있다. 모든 것을 바꾸지 않으면 청년실업 극복은 어렵다. 누구의 자식인들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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