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내 콧구멍
바쁜 내 콧구멍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4.01.08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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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세상
이정록

앞니 두 개 뽑았다. 
대문니가 사라지자 
말이 술술 샌다. 
침이 질질 흐른다. 
웃으면 안 되는데 
애들이 자꾸만 간지럼 태운다. 
갑자기 인기 짱이다. 
귀찮아서 죽겠다. 
입 다물고 도망만 다닌다. 
콧물 들이마시랴 숨 쉬랴 
콧구멍만 바쁘다.


※ 아름다움은 완벽한 것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조금 삐뚤어서, 조금 모자라서, 조금 우스꽝스러워서 생기는 미학도 있다. 이 시에는 근엄한 얼굴로 학생들과 만나 훈육하는 선생님의 모습은 없다. 이가 빠진 창피함을 감추려고 애쓰는, 학생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선생님이 있다. 단지 이가 빠졌을 뿐인데, 한줄 한줄 빵빵 터지는 웃음이 수직을 허물고 수평의 관계로 다가온다. 소통이란 이처럼 간단한 일인데도 우리는 먼 곳만 타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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