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아산, 싸움 작정한 도시인가
천안·아산, 싸움 작정한 도시인가
  • 조한필 기자
  • 승인 2013.12.22 2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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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조한필 부국장 <천안·아산>

천안과 아산은 싸움을 작정한 도시 같다. 이번에 두 도시의 경계에 들어서려는 농협 종합유통센터가 화근이다. 농협중앙회는 천안 경계와 맞닿은 아산 땅에 대규모 마트를 지을 생각으로 LH·아산시와 교섭을 벌이고 있다.

한 천안시의원이 지난 16일 문제 제기를 했다. 왜 아산 땅에 짓는 유통센터에 천안 쪽이 간섭하고 나선 것일까. 이 유통센터가 천안시 아파트지역과 밀접해 실제 이용자는 천안시민이 많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천안 상권을 위축시킬 것이라며 건립 중단을 주장했다.

급기야 천안시의회는 20일 전체 시의원 명의로 농협중앙회와 LH에 보내는 건립중단 건의서를 채택하고, 시의원 9명이 건립반대특별위원회까지 구성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산 쪽도 들썩인다. 지역 언론이 ‘천안·아산 갈등 도화선 되나?’, ‘천안시 vs 아산시 충돌양상’ 등 제목의 기사로 우려를 표명했다.

천안시의회가 아산시 행정을 간섭하는 모양새로 비친 듯하다. 우선 ‘과실(혜택)은 모두 아산시로 돌아가고 그 폐해는 천안시로 돌아온다’는 해석이 눈에 거슬렸을 것이다.

문제점을 지적한 시의원은 “종합유통센터 신축에 따른 취·등록세, 지방소득세 등 세수 확보와 고용창출 효과의 과실은 대부분 아산시에 돌아가고, 현재의 상권 배후지 현황으로 이용고객의 대부분은 천안시민으로 구매력 분산에 따른 지역경제 위축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라고 했다.

유통센터 신축으로 아산시가 얻을 세수와 고용 증대가 얼마나 될진 모르겠지만 그 때문에 아산시의 건립 허가를 점치는 건 비약적 발전세를 보이는 아산시 입장에선 모욕적일 수 있다. 아직 농협중앙회의 공식 협의 요청을 받지 않은 아산시로선 ‘밀실 추진’ 지적도 황당하지 않을 수 없다.

다음으로 “천안시는 11개의 대형마트가 입점해 있고 내년 4월 코스트코가 입점을 앞두고 있어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대형마트 인구 15만명당 1개 수준을 초과해 5만명당 1개꼴의 포화상태”라고 지적했다. 천안시 농협 하나로마트 전체(18곳)와 멀리 떨어진 천안시농수산물시장까지 거론하며 천안상권 위축을 염려했다. 아산시에 짓는 유통센터를 아예 천안시에 짓는 대형마트로 여기는 듯하다.

아산시도 인근 배방읍에 지역농협 하나로마트가 있어 상권 위축 등을 고려해야 하는데 천안이 먼저 자신들 상권 걱정부터 하고 나선 것이다.

천안과 아산시는 10여년 전 신도시내 KTX역 이름을 두고 크게 다퉜다. 결국 ‘천안아산역’으로 이름이 지어져 아산 쪽에선 아직 응어리가 남은 상태다. KTX역 택시영업권 문제로 오랫동안 승강이를 벌이기도 했다.

접경지 아산신도시는 불화를 일으키는 화약고다. 볼썽사나운 모습도 여러번 보였다. 천안시는 신도시내 불당동 지역을 ‘천안 신도시’로 부른다. 천안 땅에 짓는 아파트단지를 아산신도시라고 부를 수 없다는 고집으로 국가가 정한 신도시 이름을 마음대로 고쳐 부르고 있다. 신도시 사업시행자 LH도 천안시 요구에 천안신도시로 홍보한다. 두 도시 사이에서 눈치보며 실리만 쫓는 LH의 ‘영혼 없는’ 모습이다.

두 도시가 아웅다웅하는 걸 보는 주민들은 답답하다. 두 도시 시민은 천안시와 아산시가 동반 성장하길 기대한다. 대다수 주민은 같은 생활권의 두 도시를 스스럼없이 옮겨가며 산다. 왜 싸우는지 이해되지 않을 때가 많다.

두 시와 시의회는 상생을 외치지만 항상 협의보다 돌직구부터 날린다. 부디 상대방 감정을 존중해 서로 이롭지 않은 방향으로 나가지 않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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