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주장
조한필 부국장 <천안·아산>천안시가 불법 현수막 제거를 위해 지난해 전 직원에게 가위를 지급하더니 지난주엔 부서별로 책임구간을 정했다. 불법 현수막은 도시 미관을 해치는 주범이다. 게다가 운전자 시선을 분산시키고, 교통 사각지대를 만들어 사고를 유발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불법 현수막을 단속 주체인 천안시도 게시하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혼란스럽게 한다. 가장 홍보 효과가 큰 간선도로나 육교는 천안시 불법 현수막이 독점한다. 서부대로상 쌍용공원 앞의 서부육교. ‘12월은 자동차세 납부하는 달’ 대형 현수막을 천안 서북구청 세무과가 부착했다. 삼성대로 지하차도 입구에도 천안시 ‘2014년 도로명주소 전면 시행’ 현수막이 붙어 있다. 모두 불법이다.
육교나 간선도로는 천안시뿐 아니라 많은 공기관이 ‘공익성’을 핑계로 불법 현수막 거는 장소로 여기고 있다. 홍보 효과 높은 육교는 양옆 2단으로 현수막을 걸어 보행자 키를 넘기기도 한다.
“내(시청)가 걸면 합법, 남(시민)이 걸면 불법인가?” 시민들은 궁금하다.
불법 현수막에 공익과 사익의 차별이 있을 수 없다. 도시 미관을 해치고, 교통안전에 저해가 되는 불법 현수막이 공익성을 띠면 되고, 사익성은 안 된다는 말이 통할 순 없다.
지난 9월 천안시 곳곳에 개업을 앞둔 성인나이트클럽의 불법 현수막이 걸렸다. ‘천안국제웰빙식품엑스포(8월 30일~9월 15일) 개최를 환영합니다. ○○성인나이트 ○월 ○일 개업)’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 현수막은 떼지지 않고 오래 살아남았다는 사실이다. 천안시에서 이 현수막은 공익과 사익의 중간 정도로 여겨 철거를 미룬 것일까.
오래전 일이다. 경부고속도로 서울~천안 구간의 대형 광고홍보판을 취재한 적이 있다. 유달리 홍보 효과가 높은 구간이라 거의 100~200m 사이로 광고판이 널려 있었다.
애초 고속도로변 광고판은 한국도로공사가 관할했다. 그런데 이 광고판을 둘러싼 뇌물 때문에 도로공사 사장이 잇따라 쇠고랑을 차니까 정부에서 공고판 관리를 해당 구간 지자체에 넘겼다.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긴 꼴이 됐다. 고속도로변 많은 광고판이 지자체 특산물과 행사 안내판으로 바뀌었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특이한 광고판이 눈에 많이 띈다. 위는 대학 광고, 밑에는 방송사 라디오 주파수 및 TV채널. 그 내막을 알아보니 기가 찼다.
광고업자들이 방송사에 접근해 꾄다. “이곳에 광고판을 세울 수 있게 지자체에 로비를 해주면 공짜로 방송사 광고(주파수·채널 홍보)를 할 수 있게 해주겠다.” 이번에 대학을 꾄다. “대학 홍보에는 고속도로가 최적이다. (방송사 덕에…) 우리는 가장 좋은 길목에 광고판을 세울 수 있다.”
기사는 결국 쓰지 못했다. 취재에 들어가자 잘 아는 방송사 후배에게서 연락이 왔다. 낌새를 챈 지자체가 알린 것이다.
목천IC를 나와 천안예술의전당을 향해 우회전하다 보면 현수막 게시대가 보인다. 예술의전당 공연 현수막 사이로 무인모텔 현수막도 보이는 게 아닌가. 그곳 주유소가 자기네 땅에 세운 사설 게시대였다. 주유소 종업원에게 슬쩍 물었다. “공연 현수막을 걸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종업원 왈(曰) “사장님한테 입장권 몇 장 주면 돼요.” 불법 현수막뿐 아니라 불법 게시대가 난무한다. 남부대로 옆 모 대형병원. 용곡동의 시 위탁 환경업체 등.
행정은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한다. 공기관이라고, 공익성이라고 편한 홍보방법(불법 현수막)이 묵인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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