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부 인사 공정성 강화방안이 필요한 이유
지방정부 인사 공정성 강화방안이 필요한 이유
  • 연규민 <칼럼니스트>
  • 승인 2013.12.1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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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규민 <칼럼니스트>

유리천장(the Glass Ceiling) 현상이라는 말이 있다. 하늘이 보이지만 유리로 된 천장이 있어 하늘로 오를 수 없다. 높은 자리가 눈에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여러 장벽이 있어 승진을 할 수 없는 현상을 말한다. 애초 여성의 승진장벽을 표현하는 말이었다. 보이지 않는 불이익을 당하는 하급 공직자의 비애를 일컫거나 기업의 불공정한 승진인사를 비유하는데 많이 쓰인다.

이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최근 직위해제된 서귀포시장 사건이다. 시장이 도대체 무슨 말을 했기에 직위해제 되었을까? 시장은 지난 달 말 경 서울에서 열린 모교 동문회에 참석해서 축사를 했다. 제주도지사가 내년 선거에서 다시 당선되어야 자신도 서귀포시장을 계속할 수 있다고 하면서 지사와 내면적 거래를 했다고 자인하는 발언을 했다. 그것만이 아니다. 시청 내에 출신 고등학교별 인원까지 나열하면서 자신이 시장을 더해야 모교출신이 승진하는데 유리하다고 했다. 각종 인사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하면서 도와달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언론은 전한다. 사업하는 동문들도 계약 하나라도 더 따려면 자신을 도와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자신의 입으로 선출직 지사와 ‘내면적 거래’를 했다고 자백한 셈이다. 공무원 줄 세우기와 줄서기, 사업에서 모교 출신 밀어주기, 선거 논공행상 등 지방선거의 각종 더러운 폐단을 자랑스럽게 동문들에게 늘어놓은 셈이다. 사적인 대화도 아니고 축사를 하는 자리에서 말이다.

이 사건을 대하면서 충북은 어떨까 생각해 봤다. 가끔 승진에서 탈락한 공무원들이 신세한탄 하는 일을 본다. 자신보다 후배였는데 어느 날 이들이 자신의 상급자가 되면 그 비애감이 말로 할 수 없단다.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죽어라고 일하면 뭐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최근 터진 대형비리나 부실공사도 불공정인사와 무관하지 않다. 충북 도내 지방자치단체도 정도의 차이만 있지 서귀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도청에는 어느 고등학교와 어느 고등학교가 강세고 시청은 무슨 학교 출신이 제일 많고 그 다음은 어디고 하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돈다. 어느 시장 때는 어땠다는 이야기까지 한다. 군 단위 지방정부라고 예외가 아니다. 군내 중 고 출신 아니면 힘을 못 쓴다는 곳도 있었다.

조직구성원이 조직으로부터 받는 보상의 크기가 자신의 기여도와 비교해서 적절한지를 따지는 분배적절성은 직무만족도에 영향을 미친다. 이는 곧 조직성과에도 크게 작용한다. 최근에는 분배공정성 뿐만 아니라 보상의 크기를 결정하는 수단이나 절차가 얼마나 공정한지를 따지는 절차공정성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인사의 공정성은 주로 승진이나 보직지정에서 나타난다. 민선단체장은 실적과 능력이라는 분배공정성과 절차공정성에 입각하기보다 지연, 학연, 혈연이나 자신에 대한 충성도를 따져 요직과 한직을 나누어 배치하고 승진시킨다는 문제점을 지적하는 연구결과가 많다. 근무성적을 평가하는 평정제도의 객관성을 확보하는 일이 시급하다. 비밀로 하는 평정결과의 공개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단체장의 인사전횡을 막는 방법으로 중요부서나 직위의 공개모집과 기피부서의 순환보직이 제대로 이루어지는지 감시하는 일도 필요하다. 유명무실한 다면평가제를 제대로 시행하는 일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인사운영의 기본방향이 공시되어야 한다.

인사위원회가 허수아비라는 지적도 많다. 위원구성이 단체장의 영향력 아래 있기 때문이다. 외부인사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부단체장이 맡던 위원장도 외부에서 맡아야 한다. 위원 추천을 단체장이 임의로 할 게 아니라 지방의회와 공무원노동조합의 추천을 포함시켜야 한다. 그렇게 해서 들러리 기구가 아닌 실질적 인사관리기구가 되어야 한다. 인사가 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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