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斷想) 65…심마니 이야기 5
단상(斷想) 65…심마니 이야기 5
  • 윤승범 <시인>
  • 승인 2013.12.05 18: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승범시인의 지구촌풍경
윤승범 <시인>

심마니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직업이라면 남의 등도 치고, 약의 재료도 적당히 속이고 한들 누가 알랴마는 제대로 사는 심마니라면 그런 짓은 하지도, 할 생각도 않습니다. 몇 푼 돈과 바꾼 자존심이란 개도 안 물어 갈 것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지인에게 연락이 옵니다. ‘횽님, 우리 동생의 옆집 사는 사람의 이웃지간인 사람의 아들의 여자 친구가 암 수술을 했대유~ 여러 종류의 약을 하도 먹어놔서 몸에 독성이 쌓였시유~ 어찌 좀 해 봐유~ 해 줘 봐유~’ 이들의 특성 중의 하나가 남 아픈 꼴을 못 봅니다.

더불어 오지랖도 넓기 그지없습니다. 아프다고 해서 약을 구한다고 하면 아무리 수고로운 작업을 통해 얻은 약재도 그냥 공으로 줍니다.

댓가가 오면 마다하지 않으나 형편이 어렵거나 오랜 병수발로 가세가 기운 집에게는 그냥 줍니다. ‘동상~ 일단 이것 써봐. 이것 쓰고 부지런히 약초 캐서 만들어 놓으면 연락할테니께 기다려 봐 ~’ 여름내 모아 두었던 벌집도, 벌집의 껍데기도, 그리고 수산 촌다방 미스 김이 허벅지를 드러내며 달라고 해도 주지 않던 애벌레까지 아낌없이 꺼냅니다. 사람이 사람을 살리는 일에는 주저하지 않는 삶의 모습들. 그런 사람들을 일러 심마니라고 합니다.

심마니들에게 말합니다. ‘뭣 좀 보이면 캐유~ 뭣 두 보이면 따유~ 뭐가 있어야 해유~’ 그들의 배낭은 무겁고 곡괭이는 가볍지 않습니다. 그러나 결코 돈 때문이 아님을 알기에 그런 말을 들으면 흥이 납니다. 도라지를 찾느라 헤매면서도 필요하다는 약재가 보이면 잊지 않고 곡괭이를 휘두릅니다.

뿌리는 질기고 깊어서 본업인 도라지 캐기보다 어렵습니다. 그래도 그 쓰임을 알기에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보이면 캐고 보이지 않아도 찾으러 다닙니다. 찾으면 캐고 또 캐어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에 따라 부탁하고 나누니 일명 ‘원앙매’(鴛鴦梅)라고 합니다. 원래 이 동네 말로 원앙매라함은 같이 산행을 하면서도 그 수확물을 독식하고 나누지 않는 것을 말하나 이렇게 서로 필요한 것을 그 수고로움에 관계없이 나눔하는 사이에서도 쓰입니다.

심마니로서의 삶이 고단하기는 하나 그 본질은 결국 사람을 살리는 일임을 압니다. 도라지 한 뿌리를 캐어도 꼭 속삭입니다. ‘도라지야~ 네가 이제껏 스스로 잘 살았으나 오늘 내 눈에 띄었으니 이제 약으로 살자. 약으로 살아 내생에는 더 나은 삶으로 태어나렴. 살아서 아름다웠고 죽어서 쓸모 있으렴’그런 마음으로 캐내니 산에서 자라는 초목을 캔다고 해서 누추한 삶이 아니라 그 마음의 정성스러움이 참된 사람이라 할 것입니다.

행색은 고단하고 누추하나 마음이 고우니 겉으로 대할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다가설 것이요, 그 마음이 지극하여 삶이 아름다울 수 밖에 없습니다. 일개 서생(書生)에 불과한 내가 심마니들을 따라 다니며 배우기를 그치지 아니함은 그 당당하고 고결한 삶의 모습이 좋아서이니 어찌 겉의 화려한 치장으로 그들을 재단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누구의 삶이나 소중하고 중하거늘 그 중에 사람이 사람을 살리는 일 또한 소중타 할 것입니다. 그 업쟁이를 일러 심마니라합니다.  

이 글을 쓸 수 있는 경험을 허락해 주신 ? 정연(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님), 정민희(수산면 약초골님), 정민희 사모님(수산면 큰 마나님), 안정한(행복한 나그네님) 이 네 분의 심마니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