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단-기획사 '비밀회동' 들통
회장단-기획사 '비밀회동' 들통
  • 하성진 기자
  • 승인 2013.12.01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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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대 총학생회장 당선자 부적절한 처신 논란
술자리서 여성 도우미까지… 학내 분위기 어수선

대학측 "학칙 위반여부 검토… 큰 문제는 없다"

충북대학교가 차기 총학생회장 당선자의 부적절한 처신 등에 따른 도덕성 논란으로 시끌시끌하다.

1일 충북대 등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치러진 차기 총학생회장 선거에서 단독 후보로 출마한 A씨가 당선됐다.

하지만 선거 전날 불거진 A후보의 도덕성 논란이 여태껏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학내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논란은 선거를 하루 앞둔 지난달 27일 A후보의 부적절한 처신 등의 내용이 담긴 대자보가 학내 곳곳에 붙어진 게 발단이 됐다.

대자보 내용을 요약하면 지난달 초쯤 A후보를 비롯한 다른 단과대학 학생회장 후보들이 3차에 걸쳐 술을 마셨다.

이 자리에는 신입생환영회와 축제, MT 등의 행사대행업을 하는 모 기획사 대표도 참석했다.

3차 술자리는 청주의 한 노래연습장으로 이어졌다. 이곳에서 학생들은 여성도우미까지 불러 흥을 돋웠다.

술값은 기획사 대표가 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자보를 통해 알려진 이런 내용은 카카오톡 등 SNS 바람까지 타면서 학생들에게 급속도로 전파됐다.

학교 측과 선거관리위원회 측은 곧바로 조사에 나서 대자보 글 가운데 입후보자들이 기획사 대표와 함께 노래연습장을 포함해 3차까지 술 마신 사실을 확인했다.

학교 관계자는 “모 단과대학 현 회장의 호출을 받고 입후보자들이 술자리에 나간 것은 맞다”면서도 “외부인이 기획사 대표라는 것을 알고 A씨는 노래연습장에서 빠져나온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선관위 측은 한때 ‘선거 중단’을 고려했으나 학생 스스로 선거 입후보자를 ‘심판’하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예정대로 투표를 진행했다.

이런 소문 때문에 예년과 달리 투표율은 62%를 기록했다. 결과는 찬성 55%, 반대 41%로 A후보가 당선됐다.

선거가 끝났지만, 여진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충북대 총학생회장단과 기획사 간 ‘비밀회동’을 놓고 학교 안팎에서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올 들어 일부 대학에서 총학생회와 기획사의 ‘뒷거래’가 드러나 파문을 일으켰는데, 충북대 총학생회도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충북도내에서는 청원군 B대학 전·현직 총학생회장이 졸업앨범 제작권, 학교 행사 대행 등의 독점계약을 조건으로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 등으로 경찰에 입건된 바 있다.

B대학은 이 사건의 영향으로 최근 치른 총학생회장 선거에서 사상 처음으로 투표함을 개봉하지 못했다.

총학생회장을 비롯한 학생회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지면서 저조한 투표율로 이어진 것이다.

다른 대학 사례에 비춰볼 때 충북대 역시 기획사 대표와 부적절한 회동을 한 총학생회에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충북대학교 한 학생은 “후보자 신분이었다 해도 학교행사와 관련한 이해관계자에게 술을 얻어 마셨다는 자체는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총학-업체 간 검은 거래’의 발단이 될 수 있는 만큼 선거 당사자들은 물론 학교 측도 신경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학 관계자는 “자체 조사를 거쳐 학칙위반 여부를 검토해봤지만, 큰 문제는 없다고 판단했다”며 “다만 도덕성 논란은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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