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빼는 LH, 꽁무니 쫓는 천안·아산시
내빼는 LH, 꽁무니 쫓는 천안·아산시
  • 조한필 기자
  • 승인 2013.11.26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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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조한필 부국장 <천안·아산>

“비싸게 용지만 팔아먹고….”, “큰돈 못 벌었는데 요구는 많고….”

아산신도시 기반시설 문제로 갈등을 빚는 천안·아산시와 LH(토지주택공사)의 속마음일 게다.

천안종합운동장 사거리 입체화와 도서관 건립이 현안이다. 천안시는 사거리에 고가차도를 세울 게 아니라 지하차도를 파고, 아산시는 도서관을 지어달라는 주문이다.

신도시 2단계 사업 축소로 움츠러든 LH가 돈이 드는 일은 벌이지 않는 상황인데 지역 민심이 만만치 않다. 운동장사거리 입체화 문제가 뒤늦게 터졌다. LH가 지난해 국토해양부와 협의해 신도시(천안 불당동 지역) 연계교통체계를 수립하면서 돈이 덜 드는 고가차도로 추진하고 있는데 ‘날벼락’이 떨어졌다. 뒤늦게 열린 천안시 경관심의위원회가 지난 8월과 이달 18일 잇따라 고가차도 방식을 반대하고 나섰다.

또 천안시의회는 최근 입체교차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 활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시의회는 고가차도는 주변 경관을 해치고 요즘의 지하차도 추세와도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LH는 지하차도는 오르막 구간 공사가 힘들고, 공사 기간도 길다고 설명하지만, 이유는 역시 돈이다. 공사비가 수백억원 더 든다.

공사 방식이 이렇게 오락가락하니 2016년 완공 목표는 이미 물 건너 갔다. 신도시 불당동지역 아파트가 입주하면 시민들은 일정기간 교통대란을 감수해야 할 판이다.

천안시는 당초 지하차도로 계획된 것이 하루아침에 고가차도로 바뀌었다고 주장한다. 반면 LH는 입체화만 약속했지 공사방식을 확정한 적이 없다고 오리발이다.

신도시 도서관 문제도 LH가 약속을 안 지켰다는 게 천안·아산 쪽 주장이다. 2008년 용지 분양 때문 도서관을 짓겠다고 홍보하고 2011년 해당지역을 근린공원으로 바꿔놨다는 것이다. LH 아산도시사업단 관계자는 “용지 분양과정에서 도서관이 들어설 수 있는 부지를 알기 쉽게 표현하려 했을 뿐 도서관을 건립하겠다는 약속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이 땅이 특이하다. 아산시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천안시(불당동 1282번지) 지역으로 천안·아산시 누구도 돈을 내 도서관을 지을 명분이 약하다.

여하튼 천안시와 아산시는 떡 주려는 사람(LH)은 생각도 않았는데 김칫국부터 마신 꼴이 됐다. 천안시 한 관계자는 “LH가 천안·아산시의 신도시 1단계 시설 인수 등으로 애가 탈 때와 신도시 조성 사업이 끝나가는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며 “시쳇말로 뒷간 갈 적 마음과 나올 적 마음이 다른 것 아니냐”고 말했다. 요즘 LH가 짓는 아파트도 지자체 승인 사항이 아니니 크게 아쉬울 게 없을 거란 얘기다.

지난 21일 천안시가 특이한 아이템의 보도자료를 냈다. ‘신도시 배방지구~쌍용고 연결도로 하세월!- LH, 조속한 추진 묵살에 주민들 집단행동 움직임.’ 시 건설도로과가 주민 민원을 등에 업고 LH를 한 방 먹이는 내용이었다. 여간해선 보기 힘든 ‘고발성’ 보도자료로 4년 전 도로 개설을 약속해 놓고 사업 추진을 미루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LH에 끌려가는 천안시의 반격이 애처롭다.

그렇지만 입체화 도면을 지하차도로 그렸다가 고가차도로 바꾸고, ‘도서관’ 부지로 명시했다가 ‘근린공원’으로 바꾼 LH는 느긋하다.

입체화와 도서관 문제를 보면서 천안·아산시가 미리 ‘대처’했다면 쉽게 풀 수도 있었을 거란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신도시 주민들이 두 도시로부터 버려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게 시 경계에 있는 이 지역에 신경 좀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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