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와이너리를 방문하다
<42>…와이너리를 방문하다
  • 박상옥 <다정갤러리 대표·시인>
  • 승인 2013.11.1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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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아프리카 여행기

박상옥 <다정갤러리 대표·시인>

간단하지만 깔끔하고 맛깔나게 차려진 호텔식 아침을 여유롭게 먹고 시가지를 향해 나선다. 새벽 일찍 혼자 헤매고 돌아다닌 거리엔 다양한 기념품과 예술품을 팔고 있는 가게들이 문을 열었다. 한가한 거리지만 물건들의 가격은 한국보다 약간 저렴할 뿐, 결코 싸지 않다. 박물관엘 들어간다.

박물관은 초기 유럽인(아프리카너)들이 이주 때 살았던 건축물(가옥)과 생활용품 일체가 전시품인 자연박물관이다. 박물관은 시가지의 마을에 속하고, 건물에 들어서면 안내인이 있고 포도를 실어 나르던 리어커와 흑백사진 등 전시 공간, 다시 안으로 들어서면 거실에 놓인 카펫, 딸의 방에 놓인 피아노, 가족 수만큼 의자가 놓인 테이블과 화병, 섬세한 벽지와 커튼, 화려한 문양의 찻잔, 식기류, 도자기류의 골동품, 벽난로까지 전시품들은 당시의 생활상을 생생히 보여준다.

사냥을 취미로 살았을 귀족들의 전리품인, 누우, 사슴, 워터박, 등은 뿔이 달려 있는 머리 그대로 박제돼 벽에 걸려 있다. 쓰였던 총들도 전시됐음은 물론이다. 정치적으론 평등이 이뤄졌다곤 하지만 흑백갈등은 뿌리가 깊다. 대부분 서서 일하면 흑인, 앉아서 대접받으면 백인, 우리 곁에서 하얀 면 모자와 스카프를 두르고 안내를 하는, 그녀의 조상들은 지금처럼 백인들 곁에서 백인들 일상을 시중들며 생을 살았을 것이다. 아득한 15세기 후반까지 이 땅의 원주민이던 역사는 어디쯤서 사라져 버렸을까. 이주민의 역사만 보여주고 있는 박물관을 나서며 ‘역사는 승리자’의 것임을 확인하는 씁쓸함을 뒤로 하고 와이너리로 향한다. 

대부분의 와이너리는 규모가 큰 포도농장을 끼고 잘 가꾼 정원 안에 와인 전시관과 숙성저장고 판매 홍보관을 가지고 있다. 방문한 와이너리는 규모가 커서 한 눈에 다 들어오질 않는다. 호수까지 끼고 있는 정원 안에 전시 홍보관과 저장고가 있는데 세계에서 찾아오는 관광객을 상대로 와인을 팔고 있다. 이름을 다 알 수 없는 다양한 와인들, 숙성의 기간이 다르고 수확의 시기가 다르고 마셔야 할 음식에 따라 다른 와인을 설명 들으며 시음하니 더 없이 즐겁다.

참맛을 즐기는 순서라며 처음에는 화이트와인 두번째는 레드 와인, 그 다음엔 드라이한 와인과 내츄널 와인, 스위트 와인 순서로 권하는데 끝까지 다 마시기는 무리라서 혀끝만 적신다.

정원에서 호텔에서 만들어준 도시락 샌드위치를 먹는다. 담소를 나누는 중에 곁의 나무에서 이구아나(카멜레온)를 잡아 녀석이 머리에 올라가 변하는 색이랑 옷에 옮겨 가며 변하는 색깔을 보며 옹기종기 사진 찍고 즐기다 다시 나무에 올려 주고 돌아선다.

오후 4시, 다시 시내구경에 나섰는데 어찌나 뜨겁고 덥던지 그늘은 서늘하고 햇볕에선 금방 땀이 솟는, 이곳 날씨는 아침과 저녁이, 바람이 있고 없고 차이가 너무 크다.

너무 더워서 시원해 보이는 대형마트로 들어간다. 관광객이 한 눈에 알아보기 쉽게 잘 진열된 상품과, 색이 선명한 여러 가지 과일들. 음식 코너를 돌다가 눈에 확 들어오는 초밥과 김밥 종류를 만난다. 어느 식당엘 들어가 낯선 음식을 먹어야 하나 고민하던 것을 집어 치우고, 김밥과 초밥과 과일과 와인을 사서 호텔룸에서 예쁘게 차려 먹는다. 아, 도대체 밥다운 밥을 언제 먹었던가. 행복한 저녁식사와 일 없이 뒹구는 낯선 여행지의 하루가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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