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63
36《63
  • 강대헌 <에세이스트>
  • 승인 2013.11.10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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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헌의 행복칸타타
강대헌 <에세이스트>

36은 싸이(PSY)이고, 63은 조용필입니다. 그들의 사회적 연령을 나타내는 숫자입니다. 저는 숫자상으로는 싸이보다는 조용필에 가까운 거리에 있군요.

노래로도 그렇답니다. 마이크를 잡고 한 곡조 뽑아 보라면, 조용필의 〈친구여〉를 부를 테니까요. 그렇지 않으면 〈그 겨울의 찻집〉이나 〈창밖의 여자〉 아니면 〈허공〉 정도를 부를 겁니다.

싸이의 레파토리로는 〈챔피언〉이란 노래를 방송으로 많이 들어본 것뿐이고, 직접 불러본 적은 없답니다. 그런 형편이니, 그의 콘서트에 가서 떼창을 한 일은 없겠죠. 그가 〈강남 스타일〉로 세계적으로 뜬 이후에도 제 태도가 크게 달라진 건 없답니다.

올해 12월 연말 콘서트의 기류를 예고하는 뉴스를 들었습니다. 싸이와 조용필이 대세를 이룬다는 소식이더군요.

싸이는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달밤에 체조’라는 제목으로 콘서트를 열고, 조용필은 전국 투어 콘서트인 ‘조용필 헬로 콘서트’를 연장한다고 합니다.

월드 스타 싸이는 싸이대로, 가왕(歌王) 조용필은 조용필대로 남다른 면모가 있다고 봅니다.

싸이는 생각하는 방식과 내용이 남다른 것 같습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쪽입니다. 그의 인터뷰를 경청해 보면 쉽게 알 수 있을 겁니다. 연말 콘서트의 제목도 하나의 예가 되겠군요.

조용필은 지속성의 힘이 남다른 것 같습니다. 그가 10년 만에 발매한 정규 앨범 19집인 ‘헬로’가 필요충분조건인 셈입니다. 연예인들의 인기라는 게 거품으로 끝나버려 마뜩잖은 일이 많음에도 건장하게 자리를 지켜주고 있군요.

여러 찬사(讚辭)를 살펴보면, 그 사람에 대한 정갈한 해석을 내릴 수도 있을 겁니다.

“한국의 문화 국가로의 부상에는 테크노 팝 싸이의 〈강남 스타일〉도 한 몫했다.”(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 “싸이만 해도 어떤 이들은 ‘미친 놈이 말 탄다’고 비아냥거렸지만 세계인이 말춤을 추게 만들어 기마민족의 힘을 보여줬다.”(유홍준 명지대 교수)

“조용필 형님이 다시 20대로 돌아갔다. 아티스트의 나이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이문세) 모두 하산(下山)하는 나이에 그는 등정(登頂)을 하고 있었던 거다. 정년을 앞둔 선배 교수는 그의 탐구열정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토로했다. 가수 인생 45년에 200여 곡을 불러 젖힌 그는 아직도 예리한 끌을 들고 한국가요를 둘러싼 장벽을 부수는 중이다.”(송호근 서울대 교수)

며칠 전에 유투브(YouTube)에 들어가 보니, 싸이의 〈강남 스타일〉 조회수가 18억 뷰(view)를 넘어서서 여전히 부동의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더군요. 36보다는 63이 작아지게 만들 수도 있는 세상이긴 하지만, 그래도 63이 36과는 적어도 같거나 크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 조용필이라서 더욱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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