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녕 영·충·호 시대를 바라는가!
정녕 영·충·호 시대를 바라는가!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13.11.07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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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一筆
민주주의의 원칙이라는 다수결은 쉽게 말해 ‘떼의 힘’이다. 숫자가 상대보다 많으면 결정권을 가진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의 머릿수가 많으냐 적으냐에 따라 특정 지역, 혹은 특정 정치인의 정치력은 달라진다. 하다 못해 어떤 정치인이 사람들을 몰고다니지 못한다면 그가 아무리 출중하고 똑똑하더라도 그의 정치력은 별볼일 없게 된다.

충청도의 인구가 호남을 추월했다 하여 지역 정치권이 한껏 부풀었다. 영호남이 아닌 영충호 시대가 도래했다며 이를 공공연하게 입에 올리는가 하면 여야 정치인들은 충청도 지분의 국회 의석을 늘려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의기투합한다. 어쨌든 인구가 늘어난 만큼 국회의원 수는 당연히 늘어나야 하고, 충북의 입장에선 앞으로 진행될 청주 청원 통합과 연계해 이 문제를 주도적으로 견인할 필요가 있다.

그 와중에 난데없이(?) JP를 재평가하자며 그의 아호를 딴 ‘운정회’가 발기인 총회를 가졌는가 하면 바로 얼마전까지만 해도 세종시에 어깃장을 놓던 국회의원들까지 가세한 여당 단독의 세종시 특위(위원장 이완구)가 당내에 출범했다. 하나같이 핫바지의 망령을 벗어나려는 모처럼만의 결기로 보여 기대감 또한 숨길 수 없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돌아가는 양상은 다분히 정략적이다. 한 마디로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거시적인 포석일 수 있다는 것이다. 충청권에서 그동안 반짝 기세를 올렸던 지역 정당이 사라진 이상 지금처럼 정치인들이 앞다퉈 영충호를 외치는 것은 당연히 향수를 자극할 수밖에 없다. 과거 자민련과 선진당 시절처럼 시한부의 지역감정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회의원 수를 늘리는 것을 놓고 지역의 여야가 의제 선점에 경쟁적으로 나서는 것만 봐도 그렇다. 잘못하다간 ‘충청의 시대를 열겠다’는 간만의 의기가 한낱 정당이나 정파적 이해에 악용된 후 내년 지방선거가 끝나면 용도폐기되는 경우도 전혀 무시할 수 없다. 현재로선 지역감정에 의지하는 제3의 충청도 정당이 나올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도 그렇다.

정치력은 숫자에서도 나오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투쟁력이다. 그러기에 영충호 시대를 원한다면 지금까지 JP로 상징되는 정치력, 아니 기생(寄生)정치의 고리부터 끊으려는 근성부터 길러야 할 것이다. 총리 두번에다 국회의원 9선, 그리고 4개 정당의 총재와 대표를 지낸 김종필은 분명 우리나라 현대사를 이끈 충청의 대표적인 인물임에는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그를 영충호 시대의 아이콘으로 재평가하려는 움직임은 아주 마뜩잖다.

정당과 정당을 넘나들고 정권과 정권을 물타기 하면서 결정적인 순간에는 투쟁보다는 현실적 편의(便宜)를 택한 JP는 어차피 ‘영원한 2인자’라는 굴레를 벗어날 수가 없고, 그가 주도한 단명의 지역주의 정당에 매몰돼 있던 충청은 그로 인해 정치력에 늘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면서도 반성하고 비판할 것 또한 숨기지 말자는 것이다.

그러기에 정녕 영충호 시대를 열겠다면 과거에 연연하며 또 다른 기회주의적 연(緣)을 탐할 게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색깔있는 지역 정치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꼭 정치만이 아니겠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분야이고 그 당사자들이다. 적어도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는 정치인들이 더 이상 발호해서는 안 된다. 바로 이들 때문에 반세기가 넘도록 충청은 단 한번도 정권과 권력의 주인이 되지 못한 채 주변만 맴돌았다. 정치엔 2등은 없다. 그저 들러리 일 뿐이다. 그 들러리를 벗어나자는 몸부림으로 영충호를 외치겠다면 방법은 아주 명쾌하다.

인구는 이미 호남을 앞질렀다. 지금 추세라면 국회의원 수도 조만간 늘어난다. 몸집은 이제 갖춰질대로 갖춰지는 것이다. 문제는 소프트웨어, 정신이다. 이를 정치적으로 말하면 물론 ‘근성’이다. 이는 정치인들 뿐만 아니라 충청인 전체에도 해당된다. 국회의원들은 빌붙지 말아야 할 것이며, 충청인들은 일관된 신념을 곧추세워야 할 것이다. 줄타기로 정치를 연명하거나 기껏 총리를 시켜줬더니 세종시 백지화부터 외치는, 이러한 형편없는 족속들이 득세하는 한 영충호 시대는 그저 말장난으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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