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초리와 목검
회초리와 목검
  • 문종극 기자
  • 승인 2013.10.13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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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문종극 <편집국장>

어째 이런일이 발생하는지 모르겠다. 스승의 매질에 제자가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정말 어째 이런일이….

지금의 초·중·고교생들은 예전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던 시절의 학생들과는 차이가 있다. 40대 이상 성인들은 그 시절 선생님이 부러진 책상다리로 매질해도 꼼짝없이 맞았다. 무시무시한 흉기같은 걸로 맞으면서도 불만이 없었다. 내가 잘못해 맞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의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왜 때리냐며 인권을 들먹인다. 그래서 기성세대들에게는 불만이다. 자유분방하고, 거리낌이 없고, 예의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아이들은 아니라고 항변한다. 어른들의 기우라는 것이다. 인권을 생각하는 요즘 아이들을 보면 딴은 이해가 된다.

때문인지 요즘 아이들은 매는 물론 심한 체벌도 못견딘다. 스승이라고 할지라도 대부분 곧바로 형사고발로 이어진다. 스승보다는 인권을 중시하는 지금 시대가 그렇다. 이런 이유로 지금은 교단에서도 체벌이 없어지고 구타는 더 더욱 안되는 것으로 인식돼 있다. 교단 뿐만 아니라 군대에서도 구타가 없어졌다.

이 같은 시대에 스승의 매질에 제자가 숨졌다는 소식이 안타깝기만 하다. 오죽 답답하면 매질을 했을까, 일면 이해도 되지만 목숨을 잃을 정도로 매질을 했다면 이는 문제가 다르다.

나무로 된 칼로 검술을 익힐 때 쓰는 것이 목검(木劍)이다. 목도(木刀)라고도 부르는 목검은 분명 그 쓰임새에 따라 흉기일 수 있다. 그 목검으로 맞은 청주의 한 중학교 소속 운동부 학생이 죽었다. 검도부 코치가 때렸다고 한다. 들리는 얘기로는 죽은 아이의 엄마가 빈번하게 가출을 하고 술을 마시는 등 속을 썩이는 아들을 훈계해달라고 코치에게 부탁했다고 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닌것 같다. 잔인할 정도의 가혹한 매질은 아무리 교육적 체벌이라고 항변해도 정당화될 수 없다. 교육현장에서 무지막지한 매질을 당했던 40대 이상 세대들도 죽음에 이를 정도의 매질은 당하지 않았다. 하물며 요즘 세대에 이런 일은 선뜻 이해가 안된다.

며칠전에도 목검 사건이 있었다. 역시 청주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부장 교사가 학생 13명을 목검으로 체벌해 문제가 됐다. 미술수업 준비물을 가져오지 않은 학생 13명의 엉덩이와 허벅지를 10여 차례 이상 때린것이 문제였다. 물론 이 체벌은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훈육으로 이해하고 문제삼지 않겠다는 입장을 피력했으나 이 때도 목검이 문제였다. 만약에 목검이 아니고 회초리였다면 어땠을까. 교육적 효과가 컸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조선시대 화가 단원 김홍도의 서당 풍경 그림을 보자. 서당에서 글공부하는 모습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엮어낸 풍속화인데 스승을 존경하고 제자를 사랑하는 훈훈한 교육문화를 엿볼 수 있다. 한 아이가 훈장님에게 방금 회초리로 종아리를 맞았는지 대님을 다시 묶으면서 눈물을 닦고 있고 다른 아이들은 ‘킥킥’ 웃음을 참고 있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훈장님도 지긋이 웃음을 머금고 있다. 동료를 때린 훈장님의 매질이 공포스런 구타가 아닌 사랑의 매라는 것을 학동들이 느끼는 듯 하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웃음을 머금은 스승의 모습은 제자를 한없이 아끼는 모습이다. 스승에 대한 존경심과 제자에 대한 사랑이 잘 표현된 그림인 것이다.

이런 훈훈한 훈육 모습은 유토피아지만 21세기 교육현장에서도 꿈꾸는 것이다. 여기에는 ‘회초리’가 있다. 목검이 아니라 사랑의 매인 ‘회초리’가 그런 교육을 가능하게 한다. 회초리로 수없이 맞은들 목숨을 잃겠는가. 매를 맞은 학생은 약간 서러울 것이고 그 부모는 자식 훈육이어서 “고솝다”할 뿐일 것이다.

이것이 회초리 교육의 힘이다. 사랑의 매이고 교육의 매인 것이다. 이유야 어디에 있든 구타 체벌은 안된다. 군대에서도 구타가 없어졌다. 하물며 교육현장에서의 폭행은 절대 정당화될 수 없다. 목검이 아닌 회초리는 작금에도 통한다. 이런 회초리 효과를 목검이 따를 수 없다. 학부모가 스승에게 쥐어주는 회초리 효과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의 효과가 있다. 오늘의 교단에서는 그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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