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바다
눈물바다
  • 민은숙 <괴산동인초 사서교사>
  • 승인 2013.10.03 19: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민은숙 <괴산동인초 사서교사>

요즘 힘들었다. 일도 꼬이고 생활도 꼬여서 정말 힐링이 필요한 시기였다. 사소한 일 하나하나가 꽈배기보다 더 찡하게 꼬여버리는 정말 미치고 팔짝 뛰고 싶은 그런 시기를 나는 지금 겪고 있다.

그럴 때 읽고 싶기는 한데 구매를 망설이며 장바구니에 담은 책들을 시원하게 결재해버린다. 카드 값? 다음 달에 어떻게 살지? 이런 거 생각할 여유가 없다. 일단 내 기분이 우선이다. 이걸로 액땜이 되기를 빌며 결재한다. 정말 우울하고 울고 싶고 힘들어 죽겠는 데 하는 핑계로 일단 지르고 보는 거다. 뒷일 생각도 하기 싫다.

카드도 내 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마스다 미리의 만화책 전권. 가고 싶었던 곳의 여행안내서. 불상 관련 책. 이중섭 편지 모음집. 고흐의 화보. (다 읽어 보니 힐링에 많은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가을에 우울하면 한 번 읽어볼 만한 책들이다.)

그리고 오늘 소개할 도서‘눈물바다’(서현 글·그림/사계절). 이 책을 샀다.

‘눈물바다’는 내용도 이야기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책이다. 책 표지부터가 눈물을 줄줄 흘리는 소년이다. 속표지도 눈물방울이 방울방울 하다. 첫 구절부터도 ‘시험을 봤다. 아는 게 하나도 없다.’ 하는 절망적인 문구로 시작된다. 나처럼 힘든 일이 있었던 소년이 실컷 운다. 울고 나니 그 눈물이 모여 바다가 되어 모두 다 휩쓸려간다. 휩쓸려간 것들을 건져 정리해 빨랫줄에 널어 놓고, ‘모두들 미안해요. 하지만, 시원하다. 후아!’ 하고 웃고 있다. 겉표지와 속표지와 달리 마지막은 웃는 물방울과, 웃는 소년의 얼굴로 끝이 난다.

어라. 글을 다 읽고 나니 뭔가 모르게 힐링이 된다. 나 대신, 이 소년이 실컷 울어줬다. 눈물이 바다가 될 만큼. 울고 싶은데 울음도 안 나올 때 일부로 슬픈 책이나 슬픈 영화를 보고 ‘영화(혹은 책)가 슬프니까 그래’ 하며 펑펑 울어본 경험이 있으신 분은 지금의 내 심정을 이해하실 거 같다. 묘하게 대리만족?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하는 묘한 동질감? 아이들도 이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깨달음이 가득한 책이다.

그래서 아이들도 자기 대신 울어 주는, 이 책을 좋아하는 거 같다.

가을이다. 나처럼 울고 싶은 사람은 한 번 읽어봤으면 좋겠다. 그게 아이든 어른이든 답답한 마음과 답답한 상황이 모두 눈물바다처럼 다 떠내려갔으면 좋겠다.

난 책 속의 소년처럼 잘 말려서 건조시키지 않고 그냥 떠내려 보낼 거다. 그러면 더 개운할 것 같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